[편집국에서] 투쟁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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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투쟁하는 이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3-06-05 00:52
  • 신문게재 2023-06-0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효인 증명사진
대전교육청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작은 박스 두 개가 놓여 있다. 그 안에는 각각 잘린 머리카락이 담겼다. 교육청 2층에 있는 기자실을 드나들며 여러 번 봤던 이들의 것이다. 그중 한 명은 평소 긴 머리를 질끈 묵고 다녔다. 어느날엔가 급식실 조리실무원 종사자를 늘려달라는 주장을 위해 조리원 복장을 갖추던 모습을 지켜봤다. 방수 처리된 핑크색 긴 앞치마에 장화를 신은 뒤 머리카락을 위생모자 안에 욱여넣었다. 학창시절 급식실에서 보던 조리사 여사님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학비노조) 소속 조합원이자 간부다.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대전교육청에 전달하고 있지만 수년째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계속해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5월 14일엔 삭발도 불사했다.

2022년 기준 대전에 있는 조리실무원 1명이 하루에 만드는 식사량을 평균으로 따져 보니 1명당 총 113명의 밥을 만들고 있었다.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알려진 공공기관 구내식당(급식실)에선 조리원 1명이 70인분도 채 만들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밥을 만드느라 학교 조리실무원 상당수는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한 번에 많은 음식을 조리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이고 조리 과정 중 발생하는 유해연기 등으로 폐암 등 각종 호흡기 건강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급식실 조리실무원 말고도 학교엔 여러 비정규직(공무직) 노동자가 있는데, 현재 이들도 함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방학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상시 교육공무직들은 휴식이 필요하다며 방학 중 며칠이라도 자가 연수와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다. 반대로 방학 중 일이 없어 생계가 어려운 이들은 더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모두 '살기 위해' 저마다 생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평소 현장에서 보는 이들의 모습은 평범한 엄마와 전투력 가득한 전사를 오간다. 교육청 1층에 모여 소리를 지르거나 사무실을 점거할 땐 전사의 모습을 했다가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없이 여린 느낌이다. 몇몇 조리실무원 파업으로 일부 학교에서 급식 제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운영위원장과 위원이 노조를 찾아온 적이 최근 있었다. 입장은 이해되지만 아이들 밥은 먹여야 하지 않겠냐고 타이르는 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노조원들은 살려 달라고 했다. 자신들은 밥을 못 먹을지언정 아이들 밥을 해 주며 살았는데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다. 이 대화를 나누기 하루 전에도 타 지역의 조리실무원이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양측 모두 '오죽하면'을 몇 번씩 되뇌었다.



벌써 5년째다. 참고 또 참았다가 이번엔 기필코 바꾸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이들이 놓인 처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유해야 공감을 받을 수 있다. 하루빨리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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