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준 대전에 있는 조리실무원 1명이 하루에 만드는 식사량을 평균으로 따져 보니 1명당 총 113명의 밥을 만들고 있었다.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알려진 공공기관 구내식당(급식실)에선 조리원 1명이 70인분도 채 만들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밥을 만드느라 학교 조리실무원 상당수는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한 번에 많은 음식을 조리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이고 조리 과정 중 발생하는 유해연기 등으로 폐암 등 각종 호흡기 건강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급식실 조리실무원 말고도 학교엔 여러 비정규직(공무직) 노동자가 있는데, 현재 이들도 함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방학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상시 교육공무직들은 휴식이 필요하다며 방학 중 며칠이라도 자가 연수와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다. 반대로 방학 중 일이 없어 생계가 어려운 이들은 더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모두 '살기 위해' 저마다 생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평소 현장에서 보는 이들의 모습은 평범한 엄마와 전투력 가득한 전사를 오간다. 교육청 1층에 모여 소리를 지르거나 사무실을 점거할 땐 전사의 모습을 했다가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없이 여린 느낌이다. 몇몇 조리실무원 파업으로 일부 학교에서 급식 제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운영위원장과 위원이 노조를 찾아온 적이 최근 있었다. 입장은 이해되지만 아이들 밥은 먹여야 하지 않겠냐고 타이르는 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노조원들은 살려 달라고 했다. 자신들은 밥을 못 먹을지언정 아이들 밥을 해 주며 살았는데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다. 이 대화를 나누기 하루 전에도 타 지역의 조리실무원이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양측 모두 '오죽하면'을 몇 번씩 되뇌었다.
벌써 5년째다. 참고 또 참았다가 이번엔 기필코 바꾸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이들이 놓인 처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유해야 공감을 받을 수 있다. 하루빨리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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