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천안시 어느 시골에서 살고 있는 70대 일본인 결혼이민자였다.
5월달에 남편이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얼마 후 면사무소와 복지센터에서 지원 종료통보를 받아 앞길이 막막해져 센터에 도움요청을 한 것이다.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는 1996년에 서로 50대 나이로 만나 결혼을 했다.
이미 고령이었기 때문에 자녀 없이 농사를 짓고 살다가 70대가 되자 면사무소와 노인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둘이서 알뜰하게 소박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몸이 불편하고 아직 한국말이 서툰 일본인 결혼이민자가 집에 덩그러니 남게 됐다.
그것마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불안과 고민으로 가득 차는데 노령연금지급과 가정방문서비스 등 일제히 중단된다고 하니 본인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한국인 배우자와 외국인이 결혼을 하면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 배우자의 사망과 동시에 배우자는 그 순간 '결혼이민자'가 아닌 '외국인'이 돼 대한민국의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된다.
1996년부터 26~27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금도 내고 올바르게 살고 있어서도 말이다.
이혼을 한 것이 아니니 그 부부는 영원히 다문화가정이 아닌가.
만약에 자녀가 있다면 엄마, 아빠가 한국에서 마음이 편히 살 수 없게 된 모습을 볼 때 얼마나 혼란스럽고 마음이 아플까.
자치단체에서는 이런 분들의 해결방안으로 한국국적 귀화를 권하고 있다.
과연 이 방법이 다문화가정의 고령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봤을 때 '한국인 배우자 사망 후의 지자체 혜택, 서비스 지원자격에 대한 문제'해결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 한사람을 믿고 시집와서 한국문화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따돌림에 이겨내라고 같이 울며 씩씩한 자녀로 키우고, 이제 모국보다 한국살이에 정이 들어 남은 인생을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작은 소원을 간직하는 결혼이민자의 문제들.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 와서 정말 행복했다. 정말 잘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고 있다.
노은서 명예기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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