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보르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라인하르트 작전에 따라 세운 두 번째 절멸수용소로 루블린 근처 소비보르에 위치했다. 여기에서만 약 20만 명의 유대인이 희생되었다고 전해진다.
폴란드와 우리나라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중 큰 참화를 입은 국가로 꼽힌다. 이런 동병상련의 아픔을 굳이 꼽지 않더라도 최근 폴란드의 '친 한국' 행보가 돋보인다.
K2 흑표 전차 1천 대, K9 자주포 670문, 초음속 경공격기 FA-50 48대 등 지난해 우리나라 무기를 대거 구매하며 K-방산의 '큰 손'으로 떠오른 폴란드가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착수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가 유럽 외 다른 국가의 잠수함 도입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하늘과 땅에 이어 바다에서도 국산 무기가 폴란드 수출 대열에 합류할지 주목된다는 게 뉴스의 골자다.
폴란드 정부가 잠수함 도입 사업을 본격화한 데다 현지 매체에서 한국이 언급되자 국내 잠수함 관련 업체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2천t급인 손원일급 잠수함을 각각 6척과 3척 건조했으며, 도산 안창호급(3천t급) 잠수함 1·2번함은 한화오션이, 3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특히, 도산 안창호급에는 수직발사대(VLS)가 장착돼 순항미사일(SLCM)은 물론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발사할 수 있다. VLS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사실상 도산 안창호급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국민적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이에 뒤질세라 북한이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하면서 국제적 놀림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차라리 그럴 여력이 있다면 아사자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 아니었나 싶었다. 아무튼 폴란드의 대한민국 무기 구매 급증과 계속되는 협상을 보면서 마혁과시(馬革?屍)라는 한자성어가 떠올랐다.
'말가죽에 시신을 싸고 담는다'는 뜻으로 전쟁에 나가기 전에 전의(戰意)를 가다듬으면서 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이는 후한서(後漢書)의 마원전(馬援傳)에서 비롯되었다. 마원(馬援)은 용맹과 인격이 뛰어난 명장이었다.
그가 연전연승 후 개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 밖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는데 그 속에는 지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던 맹익(孟翼)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저 형식적 인사만을 건넸다.
이에 마원은 "나는 그대가 가슴에 사무치는 충고의 말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겨우 남과 똑같은 인사만을 한단 말인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마원은 "사나이는 마땅히 변경 싸움터에서 죽어야만 한다.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서 돌아와 장사를 지낼 뿐이다. 어찌 침대 위에 누워 편안한 시중을 받으며 죽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전쟁에서 지면 모든 게 끝임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계속되는 북한의 핵 공격 공갈 협박을 일소하고 아울러 폴란드처럼 국방력 제고에 가일층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건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다.
여기엔 너와 나, 여야 야도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 명령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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