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마혁과시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마혁과시

국민의 명령

  • 승인 2023-06-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홀로코스트:소비보르 탈출]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어난 비극을 그린 영화다. 악명 높은 나치 학살수용소인 소비보르의 수용소에서 벌어진 세기의 학살 사건이 리얼하게 그려져 충격을 안겼다.

소비보르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라인하르트 작전에 따라 세운 두 번째 절멸수용소로 루블린 근처 소비보르에 위치했다. 여기에서만 약 20만 명의 유대인이 희생되었다고 전해진다.

폴란드와 우리나라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중 큰 참화를 입은 국가로 꼽힌다. 이런 동병상련의 아픔을 굳이 꼽지 않더라도 최근 폴란드의 '친 한국' 행보가 돋보인다.

K2 흑표 전차 1천 대, K9 자주포 670문, 초음속 경공격기 FA-50 48대 등 지난해 우리나라 무기를 대거 구매하며 K-방산의 '큰 손'으로 떠오른 폴란드가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착수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가 유럽 외 다른 국가의 잠수함 도입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하늘과 땅에 이어 바다에서도 국산 무기가 폴란드 수출 대열에 합류할지 주목된다는 게 뉴스의 골자다.

폴란드 정부가 잠수함 도입 사업을 본격화한 데다 현지 매체에서 한국이 언급되자 국내 잠수함 관련 업체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2천t급인 손원일급 잠수함을 각각 6척과 3척 건조했으며, 도산 안창호급(3천t급) 잠수함 1·2번함은 한화오션이, 3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특히, 도산 안창호급에는 수직발사대(VLS)가 장착돼 순항미사일(SLCM)은 물론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발사할 수 있다. VLS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사실상 도산 안창호급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국민적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이에 뒤질세라 북한이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하면서 국제적 놀림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차라리 그럴 여력이 있다면 아사자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 아니었나 싶었다. 아무튼 폴란드의 대한민국 무기 구매 급증과 계속되는 협상을 보면서 마혁과시(馬革?屍)라는 한자성어가 떠올랐다.

'말가죽에 시신을 싸고 담는다'는 뜻으로 전쟁에 나가기 전에 전의(戰意)를 가다듬으면서 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이는 후한서(後漢書)의 마원전(馬援傳)에서 비롯되었다. 마원(馬援)은 용맹과 인격이 뛰어난 명장이었다.

그가 연전연승 후 개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 밖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는데 그 속에는 지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던 맹익(孟翼)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저 형식적 인사만을 건넸다.

이에 마원은 "나는 그대가 가슴에 사무치는 충고의 말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겨우 남과 똑같은 인사만을 한단 말인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마원은 "사나이는 마땅히 변경 싸움터에서 죽어야만 한다.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서 돌아와 장사를 지낼 뿐이다. 어찌 침대 위에 누워 편안한 시중을 받으며 죽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전쟁에서 지면 모든 게 끝임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계속되는 북한의 핵 공격 공갈 협박을 일소하고 아울러 폴란드처럼 국방력 제고에 가일층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건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다.

여기엔 너와 나, 여야 야도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 명령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입찰 정보]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공고
  4.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5.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1.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2.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3.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4. 대전 경제기관·단체장 연말연시 인사이동 잇따라
  5. 대전 동구, 축제로 지역 이름 알리고 경제 활성화 기여까지

헤드라인 뉴스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탄핵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무총리(한덕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현행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를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오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2021년 5월 전면 폐지되면서다. 문재인 전 정부는 수도권에서 촉발된 투기 논란과 관세평가분류원 특공 사태 등에 직격탄을 맞고, 앞뒤 안 가린 결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이 적잖다. 중앙행정기관에선 행정안전부 등의 공직자들부터 2027년 제도 일몰 시점까지 특별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세종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같..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