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위성 다양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가 처음 우주에 투자한 1989년 이래 우리나라가 개발한 위성은 KAIST의 소형과학위성인 우리별, 과학기술위성, 차세대소형위성 시리즈가 있고, 항우연의 중형급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시리즈, 지구정지궤도에 올라간 대형급 천리안1, 2A,2B호, 산업체 기술이전이 병행된 차세대중형위성 1호가 있다. 수출을 주력으로 한 민간기업 쌔트랙아이의 중형급 위성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과학목적의 소형위성은 수백억 원, 실용급 위성은 수천억 원이 든다. 위성을 우주에 올리는 발사서비스 비용 자체가 수백억 원 이상 들기 때문에 하나의 위성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보통이고, 혹독한 우주환경에서도 작동될 수 있도록 지상에서 엄격하고도 장기적인 시험을 거쳐 우주급으로 인증된 부품만을 사용하다 보니 위성이 비싸지고 개발 기간도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모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우주에서 확실히 작동할 수 있는 신뢰성이 중요한 덕목이 된다. 위성제작에 돈이 더 들더라도 발사서비스 비용을 생각하면 행여 우주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한, 부품별로 우주에서 잘 작동되었다는 실적, 이른바 헤리티지가 있지 않고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기회가 많았던 선진국 기업들의 위성부품들이 계속 쓰이게 되고, 우주에 새로 진입하는 국가의 기업들은 아예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 실린 위성들은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하여, 위성개발의 트랜드 변화를 보여준다. 투자비용이 수억 원, 수십억 원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투자할 수 있으며,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함으로써 보다 과감하면서도 다양한 혁신적 도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실패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2호는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함으로써 비가 오든 구름이 끼든 날씨에 상관없이 지구관측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부품의 99%를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주급으로 인증되지 않은 부품도 과감히 사용해서 비용을 절감했는데, 오히려 이러한 부품들이 우주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헤리티지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큰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동반 탑재된 초소형위성들도 불과 10kg 이하의 중량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도요샛 4기는 우주플라즈마 분포의 시·공간적 변화를 미세한 수준까지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위성 간 간격을 제어하며 편대비행을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다.
민간기업 카이로스페이스사에서 개발한 초소형위성은 지표면 편광측정을 통한 기상현상 관측과 더불어, 수명이 다했을 때 스스로 궤도에서 빨리 이탈해서 대기권에서 소멸하는 기술을 시연함으로써, 궤도 혼잡으로 인한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루미르사의 위성은 우주방사능 측정 및 자체 제작한 싱글보드 컴퓨터가 우주방사능 환경에서 작동하는지 우주검증하게 되고, 져스텍사의 위성은 지구관측 영상 활용을 위한 광학탑재체의 우주검증 및 자세제어시스템의 우주검증을 통해 헤리티지를 확보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위성 다양성의 시대에 설사 일부 실패의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결코 주눅 들거나 실망할 필요 없다. 성공만을 생각한다. 신뢰성을 강조하고 돈과 시간을 더 쓰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적지만 다양한 투자를 하면서 기꺼이 도전과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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