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은 연구원 |
나도 흡연자이지만 내 아이가 흡연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부모는 어떤 마음일까? 그냥 피우게 내버려 둘까? 아니면 피우지 못하게 할까? 후자라면 왜 못하게 할까? 부모 자신도 담배를 피우면서 말이다. 아마도 추측컨대, 담배가 자녀에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몸에 나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시작은 내 의지였다 하더라도 끝내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 바로 담배이지 않나. 그런데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다면 자녀들은 뭐라고 할까? "담배가 그렇게 안 좋은데 아빠(혹은 엄마)는 왜 피워?"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함께 사는 가족 중에 흡연자가 있고, 가정 내 간접흡연 경험이 많을수록 자녀의 흡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담배로부터 내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담배를 끊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흡연자 부모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소중한 내 자녀를 위해서 담배를 끊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금연을 시도해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이 번번이 무산되는 이유는 혼자서 하는 금연이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도 혼자가 아닌 가족이 함께 노력할 일이고, 주위 사람들의 지지, 전문가의 도움과 시스템이 필요한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흡연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금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연지원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선 가까운 지역 보건소 금연클리닉이 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지역사회 흡연자라면 청소년, 외국인을 포함하여 누구나 금연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건소 방문이 어렵다면 금연상담전화를 통해 전화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상담만으로 어렵다면 금연치료 병의원을 방문하여 금연진료상담과 의약품 처방을 받아보자. 그래도 어렵다면 대전·세종금연지원센터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대전·세종금연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금연 취약계층과 중증고도 흡연자의 금연 성공을 돕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센터에서는 4박 5일 입원형 금연캠프(이하 금연캠프)와 위기청소년, 여성, 장애인, 300인미만 중소규모사업장 근로자, 저소득층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충남대학교병원(대전, 세종)과 연계한 입원환자 대상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 금연성공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금연캠프이다.
센터가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금연캠프 수료생은 총 2,500여명으로, 금연에 거듭 실패했거나 흡연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던 흡연자들이었다. 이들의 6개월 금연성공률은 약 55~70%로, 흡연자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때 6개월 금연성공률이 4~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금연캠프 성공률은 10배 이상 높은 것이다. 금연캠프는 4박 5일간 충남대학교병원 의료진 및 전문 상담사가 참여하는 집중 심리상담과 전문금연치료 서비스(저선량 폐CT를 포함한 건강검진 및 건강상태평가, 약물치료, 금연교육 등)를 비용부담 없이 받게 되고, 캠프 수료 이후에도 6개월간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캠프 기간 동안 함께 생활한 금연 동기가 있어 서로의 금연을 응원해주니 재흡연의 유혹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 중에 지금 금연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금연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따뜻한 사랑을 당부드린다. 혹여 금연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왜 금연을 못해?'하고 비난하고 타박하기보다는 '할 수 있어. 다시 해보자!'라는 따뜻한 관심과 응원의 말로 금연을 함께 해준다면 금연 성공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금연하기 딱 좋은 달이다. 5월 31일 세계금연의 날을 금연결심일로 정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금연을 선물하자. 유일한 낙이라고 여겼던 담배보다 더 큰 선물이 돌아올 것이다.
배지은 대전·세종금연지원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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