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 장안동-충남 금산 진산성지 순례길 입구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장태산을 끼고 있는 서구 장안동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로 피박 받던 순교자들이 숨어지내며 신앙생활을 이어갔던 동네다. 1791년 신앙을 위해 유교적 풍습인 제사를 거부하고 천주교식 제례를 지냈던 윤지충이 조선 조정의 배교 요구에도 뜻을 굽히지 않아 참형에 처했는데, 이 사건이 바로 '진산사건'이다. 이후 천주교 박해로 이어져 장안동에 피신했던 교인들은 윤지충의 얼이 서려 있는 진산에 가기 위해 장태산의 산중고개를 넘나들었고 각 마을에서 산길을 통해 교류하기도 했다. 이것이 이 숲길의 시초다.
27일 대전 서구 장안동-충남 금산 진산성지를 잇는 순례길을 걷는 천주교인들의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산행 중 만난 천주교인 안기창 씨는 금산 진산성지 주변 마을이 자신의 고향이라며 숲길의 역사를 설명해줬다. 천주교인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까지도 주민과 상인, 나무꾼들 역시 산길을 넘나들었다. 차가 없고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산을 넘는 것이 힘은 들지만, 오히려 길을 돌아가지 않을 수 있어 이동은 더 빨랐다.
안 씨는 "옛날에는 주민들이 먹고살기 힘드니 숯과 감 등을 팔기 위해 지게를 지고 산을 넘어 흑석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대전 시장에서 팔았다"며 "다시 흑석리 역으로 와 넘어 다닌 길이 이 산길이다. 그때는 진산면에 시장도 없어 주민들이 대전으로 향했다"고 했다. 이어 "장안동 쪽은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아 뗄감을 구하기도 쉬웠는데, 산길을 이용해 뗄감을 얻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27일 대전 서구 장안동-충남 금산 진산성지 잇는 숲길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27일 대전 서구 장안동-충남 금산 진산성지 잇는 숲길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27일 대전 서구 장안동-충남 금산 진산성지 잇는 숲길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정바름 기자) |
이날 만난 천주교인 김맹철 씨는 "우리 선조들이 이 길을 지나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많은 고난을 맞았다"며 "이 신앙이 우리에게 전수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봤을 때 이 길이 험난하고 어려운 길일지라도 그분들을 생각하면 감사드릴 뿐이다. 후손이 신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이 길이 교훈이 되고 인생에서 삶의 커다란 위로가 되며 좋은 길잡이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27일 봉헌식이 열렸던 윤지충, 권상연 기념 성당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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