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인사관리학회 39대 회장. |
최근 혁신대학의 아이콘으로 언급되는 대학 중, 2002년 개교한 미국 보스턴 외곽의 작은 대학을 방문하였다. 바로 기업가이자 야구선수 출신의 프랭클린 올린이 기부한 재산을 기반으로 만든 '올린 공과대학'(Olin College of Engineering)이다. 마침 방문하던 때가 학기가 끝나고 졸업식을 앞두고 있어 캠퍼스는 한산했지만, 대학의 독특한 흔적이 느껴졌다. 3학년 재학생의 안내로 캡스톤 강의실과 장비들, 'Learning by doing' 수업방식을 둘러보았다. 길다(Gilda) 총장, 교직원들과의 대화 속에 학생들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학생주도 학습과 산업체 연계를 통해 기업가정신이 녹아있음을 느낀다.
전교생 400명인 작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첫 학기는 학점 취득 없이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PBL)중심으로 진행하며 자율성과 협업을 배운다. 공대 중심의 대학이기에 비즈니스 관련 과목이 필요하면, 걸어서 바로 옆, '밥슨 칼리지'에서 수강을 할 정도로 대학 간 협력이 긴밀하다. '공학으로 세상을 변혁하자'는 미션 하에 전교생들은 한 건물에서 수업하며 서로를 잘 알아가면서 문제해결하며 기업가정신을 배우고, 교수들은 적극적으로 멘토링에 몰입한다. 14개 기업의 후원(연 5만 불씩)으로 1년간 기업문제를 풀어가는 4학년 학생들의 캡스톤디자인(SCOPE) 최종발표도 인상적이다. 이 과목을 총괄하는 사라 교수는 "최종 결과물은 기업 소유이며, 만족도가 높아 기업들의 참여가 매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번 칼럼(2023.2)에서 다룬 잘 가르치는 대학 1위로 꼽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일론(Elon) 대학'도 6천 명의 작은 규모로서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혁신적 성과를 거두었다.
정반대의 대규모 대학혁신 성과도 눈부시다. 바로 마이클 크로우 총장이 22년째 이끌고 있는 15만 명 매머드 규모의 아리조나주립대학(ASU)으로 8년 연속 1위의 혁신대학이다. 올 초 링크 3.0 사업단 교직원, 학생들과 함께 방문해 학제적 접근이 활성화된 모습을 보았다. 결국, 혁신의 결정은 규모라기보다는 내부 구성원의 변혁적 태도와 의지에 달리지 않을까?
전 세계 대학들은 순위에 관심이 높다. 연구결과로 평가받는 것 외에 지역사회에 실질적 임팩트(Real Impact)를 준 것으로 대학 변혁을 이루고자 만든 것이 WURI(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이다. 한밭대가 60위를 기록한 혁신대학 평가에서 올해도 1위를 달성한 미네르바 대학(총장 마이크 매기)은 600명 규모의 대학으로, 전 세계 7곳의 도시에서 학습하며 현지문제를 각국 학생들이 함께 해결한다. 이는 최근 특정 분야의 교육을 하는 '네오 부띠크 대학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출산율 0점대의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생확보에 비상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이야기가 진부할 정도로 빠른 변화 속에 혁신노력도 다양하다. 최근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는 순기능도 많지만, 꼼꼼히 살펴볼 요인들도 많다. 혁신을 아이디어를 기회로 연결해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정의할 때, 기존 구조를 벗어나 자율성, 다양성과 분명한 목표 및 응집성 하에서 혁신의 불꽃이 핀다. '새로운 정책들인 'RISE'와 '글로컬대학30' 등의 성공 또한 세심한 준비와 지속성이 필요하다. 대학혁신과 성과의 요인으로 재정확보(등록금 자율화 및 기부금 세제혜택 등), 대학 간 실질적 상호협력, 총장선출의 갈등해소 및 임기개선, 커리큘럼 개혁, 교직원 평가보완, 산학협력과 글로벌화의 실질성, 기업과 지역의 대학 지원, 양성된 인재들의 지역 내 정주방안 등 다양하다. 제대로 준비 안 된 텃밭에 올라온 싹들이 무엇인지 몰라 후회하며 '아내 말을 들을걸' 후회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은 밭을 잘 갈고 표시를 잘 해두며, 정성과 관심을 갖자고 다짐해 본다.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인사관리학회 39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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