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100세 시대의 건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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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100세 시대의 건강관리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3-05-25 17:40
  • 신문게재 2023-05-2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영섭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나이가 40이 넘어서면서 20대 때와는 확연히 몸 상태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며칠 밤을 새워서 일해도 하루 이틀 쉬면 회복이 됐는데, 이제는 하룻밤을 새우고 나면 일주일 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속된 말로 이제 슬슬 몸을 사려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또 한 편에서는 수십 년 안에 100세 시대가 열린다고 하며, 인생을 하루(24시간)로 보면 50세는 이제 정오를 지난 시기고, 40대에는 더 열심히 배우고 일해야 60세 이후에 인생 먹거리가 생긴다고 말한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그렇게 보면 나는 아직 점심도 먹기 전인 오전 시간대라 앞으로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 분명히 몸과 머리의 기능이 떨어질 텐데 새로 배우고 익히는 게 잘 될까? 100세를 산다는 것이 정말 장밋빛 미래가 맞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기대수명은 83.5세이나 건강수명은 66.3세로 조사돼 실제로 66세 이후 17년 이상을 질병과 함께 살게 된다. 앞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하면 오히려 침대에서 골골대며 연명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명의 증가와 함께 화두에 오른 주제가 단순한 질병 치료에서 나아가, 동일 연령대에서 기존에 비해 건강 수준을 증가시키는 건강한 장수의 비결이다.

건강한 장수에 관한 기존 연구는 다양한데,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대학교수는 '노화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영양실조 없는 소식(小食) 또는 간헐적 단식을 권장했다. 또한 한국에서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 집계 결과'에서도 고령자가 생각하는 장수의 비결은 절제된 식습관(54.4%)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이 저하된 상태를 '미병'이라고 부른다. 황제내경의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문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미 병이 된 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되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예방의학적 개념이다. 나이가 들면서 병은 없지만 건강의 저하로 인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한의학에서는 한의사가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을 통해 임상증상(주소증)과 장부 기능, 기혈순환 등의 건강(미병) 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부족이나 불균형을 해소하는 치료를 한다. 특히 기와 혈의 순환은 한의학에서 건강 평가의 근본이 되는 기준으로, 기와 혈이 부족하면 '허증'으로 진단해 흔히 말하는 '보약'을 처방하고 기와 혈이 뭉쳐서 순환이 안 되는 경우는 '울증', '어혈', '기체' 등으로 진단해 '소통'시켜주는 약을 처방하게 된다.



다시 돌아와서 '100세 시대의 건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이를 한의학에서는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평소의 건강의 질을 높여야 늘어난 수명이 단순히 노령인구의 증가가 아닌 인간에게 의미 있는 수명연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때 '기혈순환이 원활하다'라는 것은 항상성이 작용하는 범위 내에서 체내의 생리기능이 활성화됐다는 의미이다. 경제의 흐름으로 비유하면, 시장의 규모가 크고 자금의 흐름이 활성화돼 있다면, 외부 요인에 의해 덜 흔들리게 되고 이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면역력'이 되는 것이다(즉, 특정 면역세포만 많은 것과는 다르다고 본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012년부터 미병 관련 연구를 통해 미병 연관 설문도구와 생체지표들을 개발해온 바 있다. 다만 대부분의 미병 연관 생체지표는 임상연구를 통해 건강검진 수준의 시설에서 측정한 것으로 미병이 아직 질병이 없는 즉, 현재 의료시스템상으로는 '건강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모바일 또는 웨어러블 기기 등의 최신 ICT 기술을 활용해 측정할 수 있는 미병 생체지표 또는 알고리즘 개발 연구들이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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