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은 과학과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미래 시대입니다. 하지만 지능과 경쟁력이 극대화된 존재들이 만들어낸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이전의 세상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곳이 아니라 곳곳에 여전히 흙도, 나무도, 사막도 있으며 낙후된 지역과 저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완전한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어보려는 폭력의 세력에 맞서는 은하계 경비대 역시 부족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똑똑한데 이기적이거나,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거나, 소통력은 있지만 과도하게 순진합니다. 한 팀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는 꿋꿋하게 자기 생각을 밀어붙입니다. 마침내 친구를 구원하고, 아버지를 건져내고, 아이들을 빼내는 것은 바보 같지만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죽을 줄 알면서도 온몸을 던지는 모험과 용기, 힘도 없이 어두운 구석에 갇힌 하등 동물까지도 건져내려는 애틋한 마음입니다. 경비대원들 중 여럿은 각기 제 갈 길로 갑니다. 자기다움을 찾아갑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로켓이 갇힌 동물들을 빼내는 데 쓴 열쇠가 휴대용 음악 재생 장치라는 것입니다. 노래와 음악이 세상의 닫힌 문을 열고, 아주 약하고 수준 낮아 보이는 아이들의 언어가 실은 가장 행복한 소통의 수단이 된다는 것을 영화는 역설합니다. 완벽한 세상을 꿈꾸던 독재자의 얼굴에서 가면을 떼어내자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원래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 또한 동화적 발상의 표현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표라 할 마블 시리즈답게 영화는 시나리오, 분장, 촬영, 편집, 음악, 미술 등에서 흠잡을 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인간다움의 본질을 천착하는 주제의식이 가장 강력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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