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묘지의 도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묘지의 도시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3-05-24 09:20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0524090014
김병윤 전 학장
도시의 탄생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갈래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에 결코 만족한 적이 없는 인간이기에 도시를 만든 호모우르바누스는 우리 자신이며 도시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생존과 욕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역사는 먼저 이룬 도시의 중요함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집합 구조라 할 수 있다. 문명의 시작점에 도시가 등장하였고 도시의 등장에 따라 역사가 시작되고 그곳에서 문명은 꽃을 피운다.

따라서 도시의 영역들은 우리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전환점이란 가능성을 믿고 현실적인 변화의 증명이 된 도시의 장소를 생각해 본다. 지중해를 바라보는 프랑스의 세뜨라는 도시는 언덕을 지니고 있고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이른바 해변의 묘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기력에 좋다는 굴 요리가 유명하며, 시인 폴 발레리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의 묘지가 바로 이곳에 있다. 폴 발레리의 시집 '해변의 묘지'는 지중해를 바라보는 죽은 자들의 도시를 암시하며, 산자의 공간 바로 옆에 같은 눈높이로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날아가라 온통 책장들이여…' 해변의 묘지에 일부 글귀에서 바다를 통해 도시에 토해내는 그의 언어들이 지붕 아래 살아가는, 자연에 대해 상대적인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작은 해변 도시 세뜨는 작은 만큼 아름답고 작지만 커다란 부호로 우리를 달래주고 있다. 또한 근대건축의 대가인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로크부륀(Roquebrune Cap Martin)을 그의 마지막 종착지로 삼았다. 롱샹교회와 라 투레트 수도원, 아마도 맨 첫 번째 소위 주상복합 사례라 해도 무리가 없을 마르세유의 유니떼 다비따시옹(공동주택), 인도 찬디갈의 선도적 신도시계획과 국회의사당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념비적인 건축 유작을 남긴 그도 마지막 선택은 작은 오두막(카바논)과 이곳에 자신의 묘지를 남겼다. 로크부륀 마르땡의 묘지와 르코르뷔지에의 다섯 평 오두막집이 바로 그가 자신을 위해 남긴 마지막 최소의 공간이다. 호방한 젊은 시절 르코르뷔지에가 제시한 3백만을 위한 현대도시와 빛나는 도시(빌라 라호즈)계획은 지금 지구를 아파트로 덮는 도화선이 되었고 유니떼 다비따시옹은 공동주택의 전설을 넘어 두 세기의 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가 잠든 이 도시의 관심 사항은 역시 바다를 보는 묘지이다. 마치 섬 안의 물처럼 도시 안에 같이 둔 해변의 묘지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곳이 되었다. 어느 날 아침, 꽃을 든 노부인을 따라가니 바로 이웃한 가족의 묘지에 꽃을 두는 것으로 그녀의 일과가 시작되고 있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너무도 뚜렷한 우리의 정서가 상대적으로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명의 물 동아리인 지중해를 둘러싸고 페니키아의 해양 문화, 페르시아의 제국시대, 그리스의 학예, 로마의 정치, 비잔틴의 종교시대가 차례로 이어지는 지중해 지배의 시대를 통해 많은 폴리스(도시국가)가 이루어졌고 건축은 흙으로 시작해 돌을 세움으로 웅대한 성소와 장제전이 되었다. 인간의 존망이 신의 영역에 있을 때와 르네상스의 인본주의로 바뀌는 시기까지 여전히 도시의 배아는 성소였으며 유토피아(이상도시)의 새로운 신념을 구현하기 전까지 도시는 여전히 그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의 도시가 자동차와 그 기계들이 머무는 장소를 건축안에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도시를 가꿨지만 점점 삭막해져 가는 도시의 진정한 온기는 아직 채워지지 않고 있다.

가슴에 담고 싶은 도시, 벽이 좀 없는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 걸어보고 싶은 도시,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 그곳에 쉬고 싶은 도시, 태어나 살고 싶은 도시, 그림처럼 가슴에 박히는 도시, 그런 도시를 조금씩 열어보자.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얘기를 빌려 우리 도시를 위해 나 자신이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도시를 말해보자. /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