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청년 작가들의 실험성을 엿볼 수 있는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아트랩대전' 전시가 올해도 진행 중이다. 젊고 창의적인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어느덧 7년 차를 맞이했다. 회화와 설치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퍼포먼스 등 시각예술 전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6명의 대전 출신 작가들이 주인공이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이응노미술관의 신 수장고동 전시장인 'M2 프로젝트 룸'을 채우고, 관객들을 맞이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전시하는 박용화(5월), 양승원(6월), 양태훈(7월), 김들림(8월), 김영진(9월), 김채원(9월) 등 6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여섯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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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화 작가 모습 |
1. 작가 박용화
올해 아트랩대전 첫 번째 전시의 주인공은 박용화(41) 작가다. 박용화 작가의 주요작품에는 동물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작품에서 동물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고 쇠 철장과 동물을 가둬놓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 공간만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눈이 없다. 생명이 아닌 진열대에 놓인 전시 조형물처럼 보일 정도다. 일부 작품에서는 동물이 아닌 이질적인 색의 공 모양 형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2018년 대전오월드에서 발생한 퓨마 탈출 사건 이후로 동물을 묘사하지 않기 시작했다"며 "우리 안에서 쓸쓸한 동물들의 모습을 묘사하기보단, 인간이 만든 인공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을 표현하는데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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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아트랩대전 박용화 작가 전시 공간 모습. |
동물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작가가 느낀 불편한 순간과 맞닿아 있다. 작품 활동을 위해 20살 때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던 작가는 공간 안에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낯선 공간을 자주 맞닥뜨리면서 공간에 대한 불편한 인식, 순간적인 감정들은 더 예민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반지하 창살 너머로 느껴지는 행인들의 시선은 동물원 작업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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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아트랩대전 박용화 작가 전시 공간 모습. |
박 작가는 "관람의 대상이 됐던 순간과 개인적인 공간에서조차도 나를 노출해야 하는 상황이 동물원의 모습과 닮아있다"며 "동물원은 제국주의 역사에서 파생돼 인간의 통제하에 만들어진 공간인데, 그 구조가 현대사회와의 시스템과 똑같다고 느껴져 동물원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용화 작가의 전시는 6월 6일까지 이응노미술관 신 수장고동 전시장 'M2 프로젝트 룸'에서 진행된다. 그가 2020년부터 작업한 총 15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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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아트랩대전 박용화 작가 전시 공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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