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
그러나 전국적 자치경찰제 시행 2년째를 맞는 대한민국은 17개 시도의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총 120여 명의 위원들이 저마다의 전문성과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사무국에서는 400여 명의 결코 적잖은 공무원들이 그동안 생소했던 경찰사무에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완전한 지방자치와 책임 있는 지방행정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경찰권 보장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국무총리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역시 2026년부터는 시도지사에게 경찰권을 명실상부하게 이양하는 실질적 이원화 자치경찰제를 골자로 9개월에 걸쳐 심도 있는 제도설계를 해 왔다. 이를 위해 2024년 시범실시 지역으로 거론되는 제주, 세종, 강원, 그리고 전라북도에 이르는 특별자치시도를 중심으로 실시모형이 보다 구체화 되고 있다.
작년 가을 이태원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하나의 중앙국가기관보다는 주민에게 좀 더 가까운 단위의 지방행정조직이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문제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분권형 정부구조에 보다 주목하게 됐다. 특히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 분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제대로 작동하는 자치경찰제가 되려면 이번 시범실시의 내용과 성과가 뚜렷해야 한다. 시범실시 지역 외의 13개 시도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그동안 자치경찰제 운영에 있어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시범실시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구대·파출소와 112치안종합상황실 등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경찰조직과 인력이 자치경찰이라는 이름의 지방공무원 조직으로 이관·운영되는 것은 자치경찰을 실질적으로 거듭나게 하는 필수요소라는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문제는 자치경찰 기구로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신설하는 부분이다. 현재의 경찰공무원 조직과 정원이 크게 늘어나고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닌데, 이들 신설조직에 고위 경찰공무원을 포함한 관리자 정원을 상당수 신설해 고비용의 구조를 만든다는 국민의 지적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살인·강도·절도 등에 대응하는 경찰의 일반수사 조직을 반드시 국가경찰조직으로 두어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2020년 경찰법 개정 당시 이미 수사사무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과 법집행의 공정성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경찰청장 등의 외압을 견제하는 성격의 국가수사본부장제를 신설한 바 있다. 경찰법은 국가수사본부장이 경찰의 수사에 관해 각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및 수사부서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 소속의 일선 수사조직과 지방공무원에게로 수사권을 이관해도 현재 수준의 전문성과 수사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자치경찰의 수사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 동네 경찰관'이라는 자치경찰제의 본질과도 어긋난다. '도둑도 못 잡는 경찰'이기 때문에 국가경찰 신분의 경찰관이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살인, 강·절도사건을 지방에서도 충분히 수행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권을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로 나누려는 시도에 의문이 든다.
근본적으로 자치경찰 논의가 확대될수록 국가경찰이 손해 본다는 식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국제범죄, 광역범죄, 사이버범죄, 과학치안 R&D 투자 등 국가적 차원의 경찰사무는 국가경찰사무로서 국가 차원의 마스터 플랜 마련과 전무후무한 인력과 예산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실질적인 자치경찰 논의에 국가경찰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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