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자녀를 둔 박나라(가명·대전 중구)씨도 분통이 터진다. 올 초 학교를 배정받으며 동복과 하복을 동시에 주문했지만, 이달 초까지 하복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이가 수업받는 데 어렵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주 박씨는 업체로부터 교복을 지급 받긴 했지만, 그동안 마음 졸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언짢다.
대전지역 무상교복 지원사업 시행 5년차를 맞은 가운데, 교복 지급 지연 및 교복업체의 불친절 등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22일 시교육청과 지역 교복업계에 따르면, 무상교복은 지역 내 중·고등학생 1학년 2만7000여 명이 대상이며, 학생 1명당 최대 30만원까지 현물 지원된다.
이처럼 올해 지원되는 예산은 총 85억원(교육청 50%, 대전시 50%)에 달하지만, 교복지급 지연과 업체의 불친절한 응대 등으로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위의 사례처럼 ▲교복업체 불친절 ▲교복지급 지연 ▲교복 품질 미흡 ▲추가비용 부담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지역 교복업계 관계자는 "가장 난감한 민원이 교복 교환이다. 사이즈 문제로 종종 교환을 요청하는 데, 귀책 사유 등을 따져 절차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복 지급 지연에 대해선 "5월 중순까지 하복이 지급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교복 디자인이 복잡한 학교는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며 "현재 지역 내 모든 학교에 하복 지급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무상교복 사업의 주체인 시교육청은 학교별 하복 지급률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하복 지급률에 대해 물으니 시교육청 관계자는 "별도로 집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학교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무상교복 지원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입생 1명에게 지원되는 교복지원비 30만원으로 수년 째 동결됐는데, 물가 상승분을 못 쫓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교복업체를 대상으로 저가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하다보니 교복의 품질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복업계 관계자는 "교복은 학생들이 3년간 입어야 하는 만큼, 내구성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다"면서 "고급 원단을 사용하는 기성복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추가비용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교복업체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동복 4피스(자켓, 조끼, 상의, 하의)와 하복 2피스(상의, 하의)로 교복을 구성하는데, 이에 따라 학생들은 상의(셔츠·블라우스)와 하의(바지·치마)는 한 벌씩만 지급받게 된다. 말 그대로 '무상'이 아닌 셈이다.
한 학부모는 "여벌이 필요한 셔츠와 바지를 구입했더니, 2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면서 "(교육청과 시에서 일부 지원해 줘) 감사하긴 한데, 무상교복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교복은 당초 지자체와 매칭사업으로 시작해 교육청에서 임의로 지원액을 올릴 수 없다"면서 "무상교복 현실화를 위해 대전시와 올 하반기 중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남규 한국학생복산업협회 대전지부 사무국장은 "일부 학부모들이 무상교복 사업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협회에서는 시교육청과 함께 머리를 맞대 학부모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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