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건축을 위해선 설계도가 필요하다. 설계도를 토대로 기초를 다지고 뼈대를 구축하며 살을 입혀 건축한다. 건축물은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는 수많은 건축물이 각각 다른 특성과 외관을 갖는 이유다.
음악의 설계도는 악보다. 악보에는 음악의 필요한 대부분 정보가 담겨 있다. 여기에 작곡가의 생각, 연주상의 기법 및 구전되어오는 연주법,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들을 합쳐 음악을 해석하고 연주한다. 이렇게 음악의 건축물이 생성된다.
건축할 때 기초를 닦듯이 우선 기초를 다져야 한다. 음악에 있어서 기초를 이루는 세 요소가 있다. 첫째 선율이다. 이 선율은 음계에 기초를 둔다. 음계는 음정(두 음 간의 거리)들이 순서 있게 나열되어 구성된다. 이는 수평적인 구조다. 예컨대 '도레미파솔라시도'와 같은 나열을 말한다. 음계 종류에 따라서 음악 성격의 70%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음악을 작곡하고 싶다면 대부분 장조를 선택한다. 장조는 장음계에 기초한다. 또 슬픔을 표현하려 한다면 단조를 택할 것이고 이는 단음계에 기초한다.
둘째 리듬이다. 리듬은 한 음을 길게 지속 하거나 두음 이상의 음을 일정하게 연결한다. 정적인 음이 리듬을 만나 동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이는 선율이 된다. 리듬은 음악이 시간적 특성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셋째 화음이다. 화음은 둘 이상의 음이 모여 동시에 울리는 것을 말한다. 음악의 수직적인 구조다. 이로 인해 선율만으로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데 화성으로 인해 더 풍성하며 다양한 색깔을 갖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바 음악의 기초는 선율, 리듬, 화성이었다. 이를 음악의 3요소라 한다.
우리는 건축물을 보면 바로 이게 어떤 건물인지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은 다르다. 음악은 전체적인 구조를 알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구조를 알기 위해선 선율 반복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의 건축물이 물질의 건축물과 구분되는 특성이 또 하나 있다. 재생이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은 한번 만들어지면 그대로 지속하는 지속성이 있다. 건물을 리모델링 한다 하더라도 그 근본이 바뀌진 않는다. 같은 건물을 다시 짓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음의 건축물 음악은 지속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음악이 마친다. 그런데 음악은 다시 연주될 경우 음의 건축물은 재현된다. 이렇게 음악엔 재생성이 있다.
지금부터 한 선율이 반복 재생산되면서 이루는 음의 건축물을 체험해보자. 3~4명이 모여 동요를 부르자. 동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래다. '①우리 서로 학교 길에 ② 만나면 만나면 ③웃는 얼굴 하고 인사 나눕시다. ④얘들아 안녕'이라는 곡이다.
이 곡을 시작하는 사람이 ①로 시작하여 ②에 이르렀을 때 두 번째 사람이 처음부터(①) 시작한다. 다시 두 번째 사람이 ②를 부를 때 셋째 사람이 처음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네 번째 사람까지 부른다. 이를 돌림노래라 한다. 이 노래를 부르며 선율의 흐름과 동시에 화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돌림노래를 하는 동안 그 울림의 공간 안에서 공간감도 체험할 수 있다. 이 돌림 노래에서 첫 번째 선율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시작을 알 수 있다. 선율의 반복을 파악하는 것은 음의 구조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돌림노래로 부른 이런 형태의 음악을 음악 용어로 '캐논(Canon)'이라고 한다. 여기서 발전한 형태가 '퓨가(Fuga)'다, 이는 다음 칼럼을 통해 음악의 최고의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푸가를 살펴볼 것이다. 헨델의 메시아 중 A-men송은 그때 다루기로 한다.
날이 많이 더워지고 조석으로 일교차가 심하다. 그리고 일상이 바빠졌다. 이럴 때 잠시 커피와 함께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를 들으며 휴식을 취해보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안성혁 /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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