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에서 온 루드밀라 씨가 5월 20일 세계인의날을 맞아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시민들에게 몰도바 전통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20일 서대전시민공원에서 만난 루드밀라(45) 씨는 몰도바에서 대전으로 이주한 지 18년 차를 맞았다. 몰도바는 인구 350만 명의 동유럽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내륙국가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인접국으로써 난민 8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고, 몰도바는 대표적 난민 수용국이다. 자칫 러시아의 다음 공격 목표가 되어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루드밀라 씨는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즐겨 먹듯이 제 고국 몰도바에서는 양배추를 절여 신맛을 즐기는 사르말레와 포도나뭇잎에 다진고기를 감싼 음식을 자주 먹는데 오늘 집에서 준비해왔다"라며 "각 가정마다 지하 저장고를 마련해 포도주와 숙성음식을 보관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평화로운 나라이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영향권으로 수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파호드(38) 씨는 대전 우송대에서 유학을 마치고 무역회사에서 잘나가는 무역사원을 역임한 후 다시 대전에 하랄(HALAL·이슬람교 계율에 따라 도축된 육류) 음식점을 최근 개업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인데,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 진출할 때 유별나게 맞대결 상대로 자주 만나는 국가이기도 하다. 파호드 씨는 대전에서 가정을 이뤄 시민으로서 거주하고 있다.
파호드 씨는 "대전에 유학생을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생활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라며 "대전시민들도 이슬람문화에 대해 관심과 이해가 높아져 하랄 음식점도 찾아오고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네팔에서 온 다스 샤르마(40)씨는 지역의 한 전통시장에서 네팔식 커리를 맛보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대전살이를 시작한 지 6년 되었고, 자신을 자식처럼 돌봐주는 시장 어른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산사태를 잇달아 겪은 네팔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도 지역에서 활발하다.
이날 시민들에게 네팔식 볶음면을 맛보인 샤르마 씨는 "제가 일하는 가까운 곳에 부모처럼 지내는 한국인 노인 부부가 있고 서로 의지가 되어 대전생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