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알(SR) 제공 |
에스알의 최대주주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정부로 바뀔 전망으로 철도노조 등은 부당특혜라며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정부와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에스알을 정부출자기업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에스알을 정부출자기업에 편입시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에스알의 운행노선 확대와 신규 고속철도 차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 에스알은 올해 9월부터 SRT 운행 노선을 기존 경부·호남 고속선에서 경전선, 전라선, 동해선으로 확대한다. 또한, 평택~오송 구간은 2027년까지 2복선화를 추진한다. 열차 증편을 위해 SRT 차량 14편성(112량)도 추가 도입한다.
정부는 에스알의 공적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에스알의 지분 구조는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41%를, 나머지 59%는 사학연금(31.5%)·기업은행(15%)·산업은행(12.5%) 등 공적투자자가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4년 에스알 출범을 위해 코레일은 이들 공적기관을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투자 원금에 매년 5.6%씩 복리 이율을 적용하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6월17일 만기 예정으로 풋옵션 총액은 투자원금 1480억원, 이자 780억원을 더해 226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풋옵션이 행사되면 코레일과 에스알의 경영상황이 악화된다면서 에스알의 지분을 정부가 떠안고 정부출자기업으로 편입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민영화 수순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역 앞에서 한국철도공사와 에스라의 통합을 요구하는 투쟁 선포식을 가졌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국유재산법 시행령 졸속 개정으로 6월이면 부채비율 2000%(2022년 말 기준)에 달하게 될 부실기업 에스알에 출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가 추진했던 고속철도 경쟁체제 정책 실패의 방증이자 에스알에 대한 부당특혜"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토교통부가 SR이 발행할 신주를 인수하고 국토부가 보유한 다른 공기업 주식을 SR에 넘기는 방식의 현물출자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코레일은 최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며 정부가 최대주주가 될 경우 향후 민간에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고속철도 통합을 주장하며 다음 달 8일 준법투쟁, 15일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 28일 철도의날 기획 투쟁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의 SR 지분 매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분리운영체제는 인건비, 마케팅비용 등의 중복(연 400억 원)을 가져왔고, 철도공사는 결국 자회사격인 SR과의 경쟁 속에 흑자에서 적자 구조로 전환됐으며 SR 또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한계점을 드러낸 경쟁체제를 계속 유지시키려는 의도가 궁금하다. 철도공사와 SR을 통합하고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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