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영 이사 |
특히 2022년 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H조 대한민국 VS 포르투갈전에서 대한민국이 2대1로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선수단이 들고 있던 태극기에서도 등장하여 큰 울림을 주었다. 1무 1패로 궁지에 몰려서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고 경우의 수 까지 따져봐야 하는 난관을 뚫고 16강에 진출한 상황에 매우 어울리는 명언이었다.
한창 유행하는 대화형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 gpt'에게 '중꺽마'에 어울리는 사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chat gpt는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이 있습니다. 에디슨은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에디슨은 1천번이상의 실패를 했는데 '오답이 아니라 1천가지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았고, 결국에는 지속적인 노력과 결단력으로 전구를 완성시켰습니다"라고 답했다.
굳이 다른 나라 옛날 사람들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중꺽마'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필자는 몇일전 실로 오랜만에 한화이글스 야구경기를 찾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화이글스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 가을야구를 했을뿐이고 심지어 지난 3년간은 완전 꼴찌를 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만난 열성팬들은 꺽이지 않는 마음으로 한화이글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을 '보살팬'이라고 부르겠는가? 중꺾마가 향하는 것은 꿈을 향한 도전이다. 쉽게 이룰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진정 '중꺾마'라고 할 수 있다.
반대적 의미로 필자가 만들어낸 말이지만 '절꺾고'라는 말이 있다. '절대 꺾지 않는 고집'이다. 고집은 주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주변의 충고나 조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 '절꺽고'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필자는 그 이유가 아마도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말한다. 다른 말로 자기 중심적 왜곡이라 부르는데 당연히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절꺾고'는 종종 재앙을 초래한다. 1912년 2천3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타이타닉호가 캐나다 동부 해안에 이르렀을 때 해안 통제소로부터 빙산을 주의하라는 무전을 받았다. 그러나 선장과 항해사는 다니던 항로였고 세계최대의 여객선이라는 자기도취의 고집 때문에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침몰했다. 단 7백여명만이 살아남은 이 사건은 인간의 고집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정치인의 절꺽고가 초래한 또 하나의 사례가 용산대통령실의 이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에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천억에 달하는 이전비용이 들고 안보 취약 등을 이유로 반대도 많았지만 대통령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전의 거의 유일한 이유였던 도어스테핑 마저 잦은 구설로 지지율을 까먹자 중단했다. 결국 대통령실을 옮긴 이유는 모두 사라졌다.
요즘 대통령의 '절꺾고'가 우리 사회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기에 우려스럽다. 야당과의 불통, 노동조합을 대하는 시각,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일방적 편향 등은 위기의 경제, 무한경쟁의 외교무대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디 대통령이 '절대 꺾지 않는 고집'을 버리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통합의 정치와 실리의 외교를 펼쳐주길 바란다.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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