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윈더'에서 주인공 어기가 앓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 '트리처-콜린스 증후군'은 희귀 유전병 중 하나다. 사진은 영화 '위더'의 한 장면. |
▲병명 모른 채 이 병원 저 병원…
희귀질환이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과학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발견된 질환명이 없는 새로운 염색체 이상(염색체 결손, 중복 등) 질환으로 별도의 질병분류코드가 없지만, 증상이 아닌 질환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희귀질환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일정기간 동안 정밀검사 및 협진 등의 진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명을 확정 짓지 못했거나 진단이 불명확한 경우 상세불명 희귀질환으로도 분류한다. 희귀질환의 특성은 80% 이상이 유전적이거나 선천성 질환이고 이를 진단하거나 치료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질환인지 진단을 받는 것조차도 어려워 여러 병원을 오가게 되어 오진확률은 40%에 이르고, 진단까지 환자마다 평균 4.8년이 소요되고 있다. 또 치료법과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고, 치명적이거나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서울 5대 대형병원에 희귀질환 환자 쏠림 현상(진료비 기준 66%)이 심각하고 비급여, 고가 약제가 많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질환의 종류는 많으나 질환별 환자 수가 적다.
▲충청권 연간 4000여명 신규 환자
대전과 충남과 충북의 충청지역에서 매년 새로 등록된 희귀질환 환자 수는 4000여 명으로 전국적으로는 매년 600여 개의 희귀질환이 발견되고 5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까지 누적 환자 수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윈더(wonder)'는 주인공 어기가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의 안면기형을 동반하고 서서히 청력을 잃어가는 선천적 질환에서도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질환은 세계적으로 5만 명당 1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의사요한'에서 주인공이 파브리병 환자를 살리는 모습을 인상 깊게 다뤘는데, 파브리병은 국내에서 1989년 처음 보고돼 현재 정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250명에 불과하다. 또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이 출연한 영화 '행복의 나라로'에서도 파브리병 환자를 주인공으로 묘사해 행복을 찾아 일탈을 감행한다는 줄거리다. 파브리병은 글라보오실세라마이드(GL-3) 등 당지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여러 세포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몸 곳곳에 쌓이기 때문에 피부부터 신경계, 심장, 전신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첫 증상이 발현되고 병을 치료받기까지 평균 약 15.5년이 소요될 정도로 발현 증상의 질병으로 오진되기 쉽고 병을 정확히 발견해 진단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매주·격주 주사치료제 한계
충청권에서 연간 4000여 명의 신규 희귀질환 환자가 보고되는데 이는 전국 희귀질환 전체 환자 중 비율은 9.62% 비중이다. 1년에 평균 7번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하며, 1년 평균 310만 원 진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희귀약물 치료제가 속속 출시되고 있으나 현실 문제도 적지 않다. 리소좀 축적 질환의 경우 우리 몸의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 관련 특정 효소의 결핍으로, 선천적으로 이상이 생겨 분해되어야 할 물질들이 세포 내 축적되면서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고셔병, 뮤코다당증, 폼페병, 파브리병이 발생할 수 있다. 폼페병은 환자의 근육을 약화해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또한 심장 비대증이나 피로감, 호흡곤란, 수면무호흡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뮤코다당증은 관절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구부러지는 관절구축이나 척추의 모양이 변형된 척추후만증이 나타난다. 고셔병의 경우 4만 명에서 6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데 2주마다 희귀질환 전담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또 뮤코다당증은 매주 그리고 폼페병과 파브리병도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나 격주마다 주사를 맞아야 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들 약제는 상당히 고가이고 보관과 관리가 까다로워 일반 병원에서는 취급을 꺼린다.
▲진단의사와 산정특례제도
충남대병원은 2007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병명을 모르는 희귀질환 환자를 조기 발견해 정확한 병명의 진단을 내리고, 유전·질환 상담과 치료, 치료기술 개발을 지역 내에서 이루기 위해서다. 희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2022년 유전상담 135건, 돌봄상담 10건 이뤘고, 241개의 희귀질환을 신규 등록했다. 또 전에 보고되지 않거나 질병코드가 부여되지 않았던 새로운 희귀질환 4건을 신규 규명해 환자가 진료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질병명과 코드를 부여했다. 회당 최고 200만 원까지 소요되는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비를 8가족 15명에게 지원했다. 특히, 충남대병원 충남권역희귀질환거점센터를 통해 희귀질환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다. 희귀질환으로 확진 받은 자가 등록 절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한 경우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해 주는 제도다. 희귀질환 또는 유전자 클리닉이 설치된 상급종합병원 이상 요양기관으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기관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은 요양기관의 진단의사를 통해 등록 가능하다. 대전과 세종, 충남에서는 극희귀질환 등은 승인된 충남대병원 희귀질환 '진단의사'만 가능하고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한혁 교수, 신경과 손은희 교수, 오응석 교수, 재활의학과 양신승 교수가 있다. 등록일로부터 5년간 입원비, 외래진료비, 약제비, 검사비, 치료비 등에서 본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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