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대전시장은 18일 시정 브리핑을 열고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공연장, 원로예술인특화전시관, 제2문학관 등 대대적인 문화시설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근대문화유산인 한전보급소와 대전 엑스포 일대의 전기에너지관 역시 다목적 전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밖에 민선 8기 공약 사항으로 서예진흥원, 제3시립도서관 설립이 포함돼 있는 등 음악, 미술, 문학 등 장르별로 문화시설이 확충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구도심 간 문화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등 현재 대전의 주요 문화시설은 서구에 밀집돼 있다. 원도심에는 소규모 갤러리·공연장 외에 대규모 문화시설은 대학 공연장을 제외하면 없다.
18일 이장우 대전시장이 시정브리핑을 통해 문화시설 확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티지역과 비교했을 때도 대전의 문화시설은 적은 편이다. 인구가 비슷한 광주의 문화시설(공연장, 미술관, 도서관 등)은 74곳인 반면 대전은 63곳에 불과하다.
지역의 문화시설 부족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지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로드맵 없이 문화시설만 대폭 확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과가 있겠냐는 의문에서다. 청주는 '기록문화도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고 문화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도 지역 문화 브랜드에 대한 구상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 역시 우려 사항으로 떠오른다. 시설 조성비로만 제2시립미술관은 1200억 원, 음악전용홀은 2500억 원 등이 투입된다.
대전의 모 문화 행정 전문가는 "문화도시로서의 큰 그림이나 수요조사도 없이 양적으로 시설을 늘리기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며 "대거 문화시설을 조성한다면, 시설비로만 많은 예산이 소요될 텐데, 양질의 문화시설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뿐만 아닌 내부 콘텐츠, 운영관리 등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현재 대전은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며 "지금 구상하지 않으면 문화시설들은 2035년, 2040년에나 지어질 것이다. 정체성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도시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성장한 예술가들을 이 지역에 잘 모셔서 좋은 예술인들이 많이 배출됐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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