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노무사 |
단체교섭권은 단결권, 단체행동권과 함께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특히 단체교섭권은 노동시장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노동자가 집단으로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대해 교섭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이다. 따라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으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도록 규율하고 있으며, 체결된 단체협약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처벌 규정을 두는 등,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법률로 보호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조합의 위법한 교섭 요구사항에 대하여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위법한 교섭사항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불법 쟁의행위로 판단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징계처분 및 민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있는 등 노사관계에서 당사자 간 최소한의 힘의 균형을 보장하면서 자율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에서 전임비 지급, 조합원 채용을 요구한 것을 공동 공갈행위로 처벌한다면 이는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으로 규율하던 노동현장에 대한 형법의 부당한 개입이 되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5월 16일까지 건설노조 사무실에 대하여 16차례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16명을 구속했으며, 1027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을 소환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무리한 수사방침은 끝내 노동절 분신이라는 참사를 맞게 된 것이다. 노동현장에 대한 무리한 수사권과 형법의 개입은 오히려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과 취약한 산업안전관리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섯불리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지목한 월례비는 지난 2월 법원에 의해 연장근로수당 및 위험작업수당 성격의 임금으로 판정한 바 있으며, 월례비 금지조치 이후 건설현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든 건설노동자 뿐 아니라 공사기간이 늘어난 건설사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또한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깊은 분석을 통한 해결책이 아니라 일부 사용자단체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1년 노동개혁은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노동개혁은 69시간제 비판여론에 막혀 사실상 좌초한 상태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노동정책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강경대응, 노동조합의 회계자료 제출요구, 대대적인 건폭수사 만이 남아있다. 노동정책의 실종 및 노동현장에 노동법이 아닌 형법의 개입이 정부의 1년간 노동 분야의 성과의 전부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 불황은 이제 상당히 회복되어가는 듯 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게 코로나 위기를 견뎌왔다는 찬사를 받은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지표는 오히려 그 회복이 더디기만 하다. 코로나 위기로 침체되었던 노동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경제회복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의 지난 1년은 노동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매진했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구속, 소환조사 등만 난무하는 우리나라 노동현장을 보면 앞으로의 4년에 대해서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훈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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