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원 본부장 |
뮤지컬 '베토벤'은 작년에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베스' 등 대형뮤지컬을 많이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유명 뮤지컬 제작사에서 7년이 넘는 개발 기간과 수 백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하여 야심 차게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당시 초연 때 제작사 대표가 관객 인사말에서 얘기하였듯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대작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니 많이 좋지 않았다. 뮤지컬 관극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거 보고 베토벤이 관뚜껑 열고 일어난다", "보지 않아도 나는 불호" 등 이러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혹평을 했다.
심지어 언론사의 리뷰에서도 뮤지컬 '베토벤:Beethoven Secret', 그래서 '시크릿'은 어디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당연히 평점에서도 7점대를 기록하였고, '박효신 전 석 매진'이라는 신화도 깨져서 공연 후반부에는 객석 70%를 채우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엄청난 부정적인 결과를 이루었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판단에는 베토벤 자신의 스토리보다는 공감이 가지 않는 불륜 이야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넣었다는 점과 클래식 음악의 언어와 뮤지컬의 표현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로 인해 배우가 공감 가는 공연을 하지 못했던 점도 크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삶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의 음악이 나쁠 리는 없었고 작품의 완성도에서도 그렇게 최악이라고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공연현장에서의 유료관객이 느끼는 평가가 가장 중요한 상업 뮤지컬 세계의 평가는 냉정할 따름이다.
시장에서는 실패라는 판단이 들었을 즈음에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에 장소를 바꾸어 베토벤 시즌2를 개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부분이 바꾸었다는 이야기에 궁금하기도 하여 광화문에 있는 공연장을 찾았다.
결론만 말하면 새로운 버전의 이 작품은 대성공이었다. 그동안 인색한 평을 받았던 음악적인 부분은 뮤지컬 배우들에게 맞게 수정되어 어색하지 않게 들렸으며, 전체적인 스토리 면에서도 빈약한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개연성이 회복돼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이 용이하게 된 것이다.
시즌1을 본 관객은 '진작 시즌2처럼 만들었어야 한다' '우리에게 남겨진 선물 맞네요' 등 이전과는 달리 평가를 하였고, 시즌1을 보지 않은 관객은 시즌1에 대한 혹평으로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기대 이상의 매력적인 공연"이라는 평을 했다. 무엇이 이렇게 몇 개월 만에 관객의 평을 달라지게 할 수 있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변화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작진이 시즌1에 대한 관객들의 지적을 모두 수렴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들여 철저하게 고민하고 수정해 긍정적인 결과로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작품 자체에 대한 변화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겠지만, 시즌1을 관람하고 시즌2를 재관람하는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제공하는 섬세함 등 그간 제작진과 스텝, 배우들의 노력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박수를 치고 싶었다.
공연뿐 아니라 우리도 이렇듯 무언가를 새로고침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변화를 하는 것만이 새로운 가능성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심각하게 평가해보고 판단해, 일단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앞으로 우리 삶의 성공적인 시즌2를 기대해 본다.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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