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현금 없는 삶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현금 없는 삶

  • 승인 2023-05-17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간편결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오프라인에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는 '클릭' 한 번이면 간편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지난해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률은 줄고 간편결제와 인터넷 뱅킹 이용률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는 이용률이 2019년 73.0%에서 2022년 63.8%로 9.2%P 줄었고, 체크카드는 2019년 36.6%에서 2022년에는 26.4%로 10.2%P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39.6%에서 2022년 56.1%로 16.5%P 늘었고, 인터넷 뱅킹은 2019년 64.9%에서 2022년 79.2%로 14.3%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각종 페이들이 국민의 지갑을 대신하고, 무형의 돈이 빛보다 빠르게 오간다. 특히 올해 3월 중순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해 흥행몰이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전략적인 동맹을 맺어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상에서 현금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새로운 변화와 시스템은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다.

먼 옛날 원시시대의 물물교환부터 고래 이빨(피지 제도), 조개껍데기(고대 중국), 카카오 콩(아스테카 문명), 그리고 현대사회의 지폐, 신용카드, 전자화폐, 암호화폐까지….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이 원하는 물건과 거래하기 위해 수많은 지불 수단을 만들고 바꾸고 사용해왔다.

그중 필자의 삶에서 제일로 꼽는 혁신은 '플라스틱 머니' 시대를 연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가 처음 생겨난 것은 1880년대 유럽이다. 이때는 상인이나 기업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고객에게 물건을 주고 일정 기간 대금 지급을 미뤄주기 위해 사용됐다. 오늘날처럼 여러 곳에서 두루 사용이 가능한 개념의 신용카드는 1950년대 미국의 한 사업가가 창안한 것이 시초다. 그는 식사 후 밥값을 내려다 수중에 현금이 없자 곤욕을 치렀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다이너스 카드다. 당시 종이로 만들어진 이 카드는 회원사로 가입한 레스토랑 몇 곳에서만 쓸 수 있었는데 이후 여러 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용카드는 1969년 7월 신세계백화점이 발급한 고객카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은행 중심의 카드 영업이었지만, 뒤이어 LG·삼성 등 대기업이 사업에 뛰어들고 IMF 이후 정부의 신용카드 소비촉진 정책으로 신용카드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게 된다. 신용카드가 한창 호황이던 이 당시에도 필자는 카드보다 현금 위주의 소비생활을 고수했다. 외출할 땐 항상 현금이 들어있는 두툼한 지갑과 그 지갑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가방이 필수품이었다.

인터넷뱅킹이 주류로 자리 잡았을 때도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해야 하는 귀찮음과 '해킹당하면 어쩌나'하는 걱정 속에 텔레뱅킹만 이용했다. 지금은 일상화된 앱카드도 출시되고 수년이 지나서야 겨우 두 개만 설치해 사용 중이다. 이것도 아이를 양육하면서 온라인쇼핑이 잦아져 쓰기 시작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여전히 실물카드나 현금 사용만 고집했을 것이다. 이렇듯 신문물을 수용하는데 '늦음뱅이(Laggards)'인 필자도 지금은 현금을 쓸 일도 볼 일도 거의 없다. 생각해보니 지갑을 들고 다닌 지가 언제인지도 까마득하다. 스마트폰과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외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돈 벌기는 어려워지고 쓰기는 쉬워져, 아끼고 모은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현옥란-수정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