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인재가 떠나는 조직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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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인재가 떠나는 조직엔 미래가 없다

심효준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3-05-16 09:56
  • 수정 2023-05-16 10:21
  • 신문게재 2023-05-17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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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얼마 전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올해 5326명 선발에 12만 1526명이 지원해 22.8: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992년 이후 31년만의 최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경쟁률 하락과 함께 공무원 퇴직자도 급증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재직기간 5년 미만인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5181명에서 2019년 6664명, 2021년 1만 693명으로 5년 사이 2배가량이나 증가했다. 2021년엔 전체 퇴직자 중 청년층이 8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공무원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대학 동기도 얼마 전 나에게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오랜 수험 기간 끝에 임용에 성공한 직장을 떠나려는 친구를 지켜보면서 공무원이란 직업의 매력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흔히 청년층 세대 공무원의 퇴직이 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공직사회의 답답하고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나의 대학 동기 역시 마찬가지로,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로 상명하복의 수직적 소통방식과 불합리하게 일하는 방식에서 느낀 염증 등을 꼽았다. 그 친구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원화하는 세상과 달리 공직사회의 조직문화는 아직도 제자리만 걷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조직문화 문제는 비단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째 수많은 관행으로 둘러싸인 공직사회의 모습은 역대 모든 정권이 조명했던 문제이며 지난해 새롭게 취임한 윤석열 정부와 민선 8기 대전의 자치단체장들도 하나같이 집권과 동시에 공직문화 개혁을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공직 사회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수평적 조직문화와 적극행정, 창의행정 등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은 형식적인 틀에 갇혀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 새내기 공무원을 지내는 나의 친구들이 전하는 푸념의 무게를 조금도 가볍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사회의 경직 문제는 공직사회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수십 년간 이런 문제에 지적을 해온 언론 조직도 여전히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많은 신입 기자와 저연차 기자들이 자신의 꿈과 기량을 떨쳐보지도 못한 채 언론이란 산업에서 떠나가 버린 배경엔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크게 한몫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으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한 것 같기도 하다.

조직이 망하는 가장 흔한 사유 중 하나가 인재 수급 전략의 부재다. 소규모 동아리부터 세계를 주무르는 글로벌 기업에 이르기까지 신규 인재 양성과 조달을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신과 성장은 인재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듯이 인재를 조달하지 못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을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 역시 마찬가지며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사회 조직문화 혁신을 선언하며 '민첩하고 유연한 정부'를 내밀었고 이장우 대전시장은 시간 낭비와 무능이 아닌 '강한 실천력'을 강조했다. 나는 이들이 강조한 문구가 구호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위기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부디 고충을 겪고 있는 공무원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적절한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 그렇게 내 친구들 푸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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