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년 꿈이 숯덩이 되다. 임목재해보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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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년 꿈이 숯덩이 되다. 임목재해보험 절실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 승인 2023-05-15 09:38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박정희 회장
박정희 회장
본격적인 나무심기 사업을 시작한 1970-80년대를 거쳐 대규모 조림사업과 강력한 산림보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단기간에 육림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녹화 선진국이 되었다. 이미 1982년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영국, 독일, 뉴질랜드와 함께 우리나라를 세계 4대 조림국가로 꼽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선정했다. 산업적으로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일이라며 세계적으로 칭송을 듣는다.

황폐했던 우리 산림엔 점토가 없고, 모래와 미사만 가득했다. 나무들이 잘 자라고 숲이 형성되려면 토양이 비옥해야 하기 때문에 토양을 개량하기 위해 국민이 흙을 짊어지고 가 복토를 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제 그 나무가 자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임령이 되어 수확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50∼60년 동안 관리하고 경영한 숲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잘 키워온 숲은 산주와 임업인이 대를 이어 흘린 땀의 결실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앗아 가는 일이 있다. 산불이다.

산불은 생명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수자원과 생물 다양성을 손실시킬 뿐 아니라 탄소저장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를 저하시켜 지난 100년에 가까운 노력과 꿈을 깡그리 태운다. 숯덩이로 변한 100년의 꿈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저 폐기물 처리비용에 실려 나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통탄할 뿐이다. 보상이라고 제시되는 것은 손가락 굵기의 묘목을 심는 복구비용이 전부다. 임목에 대한 재해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보다 실효성 있는 임목재해보험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특성에 맞는 산림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산림경영계획을 수립한 사유림의 임목과 임산물의 경영 데이터는 매년 정부와 공유된다. 임업경영체로 등록된 산지에서는 실제로 산림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재해에 대한 보상, 보험제도는 없다.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건조지역이 늘어나면서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산불피해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산림의 67%를 차지하는 사유림의 산주와 임업인이 나무를 심고 키우는 일이 담보될 수 없다. 임업이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임업인들이 안심하고 산림경영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산림경영이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이 귀한 자산, 산림이 방치되는 것과 같다.

임목재해보험이 시행된다면 부재산주들의 산림경영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산림자원의 가치증진과 현장의 관리, 방치된 사유림들의 산림경영 활성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임목의 가치평가가 어려워 임목재해보험 도입이 좌절되었다. 이제는 산림경영계획 등 임목재해보험 도입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림경영과 임산물 재배에 대한 계획인 산림경영계획은 임목재해보험을 위한 자료로 충분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조심 기간은 길어질 것이며 나아가 인류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더 자주 강렬하게 산불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산불피해가 늘어나면서 임산물과 임목에 대한 재해보험의 효과는 우리나라 임업이 산업으로 인정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고, 2022년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임업직불제의 효과보다 더 클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산림의 공익기능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해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산림 녹화신화에서 산림 경영신화를 이룩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박정희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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