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교육 정책과 제도 때문에 일선 교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제도가 학교에서 악용되면서 교사의 교육권이 위협받는 데다 정부의 교원 정원 감축 방침 등으로 교사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제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계의 최대 화두는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이다. 아동학대 신고 절차를 악용하는 사례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현장의 어려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사들은 현행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의 원활한 교육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 지도나 갈등 해결을 위한 교사의 지시가 자칫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현행 구조로는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하거나 특정한 공간으로 이동시키거나 반성문 등 특정 과제를 부여하는 수준으로 학생의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노조연맹(교사노조)이 실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 결과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 1순위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38.21%)을 꼽았다.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5월 10일 발표한 '교권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교권침해 상담건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인 520건대로 최근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가장 많은 241건이 '학부모에 의한 피해'다. 자녀 지도에 불만을 품은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했다고 교총은 설명하고 있다. 1월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도 교사 10명 중 7명이 교육 활동이나 생활지도 과정 중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나왔다.
12일 전교조가 국회서 진행한 토론회 모습. 전교조 제공 |
또 다른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는 교원 감축 이슈다. 4월 23일 교육부가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미래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했지만 교육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부 발표직후 성명을 내고 "정해진 최악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며 "4년짜리 단기 교원수급 계획으로는 학령인구 급감시대 안정적 교원수급 정책 로드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 수 최저점인 2033년, 중학생 수 최저점인 2037년, 고등학생 수 최저점 2040년을 대비한 제대로 된 중장기 '학생 수 감소 종합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교사노조 역시 양질의 교육을 담보하기 위해 학생 수가 아닌 교사 수업 시수로 배치할 것과 정보교과 교사 정원은 별도 정원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공무원 총정원제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통해 교원 수급이 산정되면서 교육정책에 대한 고려보다 단순 인구·경제학적 측면만 고려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원수급과 교육정책 영향 평가제 법제화를 주문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수급 계획 수립 필요성은 일찍이 제기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 발표한 '교원 수급 중·장기 전망 체계 구축 연구'에 따르면 교원 수급에 대한 중장기계획 필요성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다. 법적 구속력을 통해 교원 수요 계획을 수립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동안 이뤄진 건 없다. 보고서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시도교육청 단위로 교원 수요 예측을 포함하도록 개정 필요성이 제시됐지만 현장은 그대로다. 전문기관을 지정해 교원 수급 전망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지만 이 역시 보고서에만 그쳤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현재 우리 학교와 교원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그것이 학교 교육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자성하고 극복 방안을 고민하는 스승의 날이 되길 바란다"며 "학교를 중시하는 교육정책, 교원이 소신을 갖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정부, 국회, 사회 모두 협력해 달라"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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