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교직 생활 30년 차인 대전의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시대가 바뀌면서 교육환경은 점점 좋아졌지만 교사로서의 자긍심은 줄었다고 돌아봤다. 30년 전 학교는 토요일도 문을 열었고 영하 3도 이하가 돼야 겨우 난로를 틀었다. 지금처럼 컴퓨터 사용이 많지 않아 출석부나 시험지, 통지표, 생활기록부를 수기로 작성하던 시절이다. 힘들었지만 분명 만족감이 있었다. 동료 선생님과 모여 교육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문화가 있었고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의 권위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다.
2023년 학교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반적인 교육환경은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때로는 학교가 교육이 아닌 평가를 위한 기관으로 느껴진다. 교사들은 더 이상 같이 모여 고민을 나누지 않으며 메신저로 쏟아지는 업무 지시를 각자 할 뿐이다.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학부모 민원 등으로 교사들은 예민한 상태다. 선을 넘지 않을 정도의 노력으로 AI(인공지능)처럼 대답할 때도 있다.
#2. "올해로 11년 차, 가장 달라진 건 나의 마음가짐, 학생을 대하는 태도."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B교사는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쓴소리하며 학생들을 지도한 적도 있지만 이젠 옛말이다. 학생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말도 생각하고 하게 되고 망설여진다.
코로나19 이후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기초학력 부족으로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졌고 사교육 의존도도 심해졌다. 한 학생으로부터는 "학교 공부를 잘하려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학원 숙제를 학교 수업시간에 하게 되고 학원 숙제를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게 되더라"라는 말을 들었다. 업무 과중도 만만치 않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이후 각종 예방 교육이 늘어났다. 실질적 교육보단 공문으로만 예방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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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가 제42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역에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결과 교사들은 학교의 여러 변화를 좇아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수업과 학생 지도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업무 부담 가중은 물론 학생들을 대하는 것도 예전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전에서 11년째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C교사는 "사회 풍토가 달라지면서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권침해 등 중요시되는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 모든 이들이 법적 근거와 절차를 바탕으로 하는 일들이라 관련 법들을 알아야 하고 잡무들이 많다는 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하교한 후 다음 수업을 위한 교재 연구보다는 업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돼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30년 교단에 선 A교사 역시 "생활지도, 학생 학부모 상담 등 해야 할 일은 늘었고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쏟는 게 이제는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학교 규모와 입지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일부 학교 교사는 수업 시수 증가에 대한 부담도 큰 실정이다. 20년째 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대전의 고등학교 D교사는 "국가교사가 4명에서 3명으로 줄면서 수업이 늘었다"며 "일주일에 교과수업만 20시간을 하고 담임을 담당해 자율활동 1시간과 동아리 2시간까지 담당한다. 주변에서 농담으로 '교사판 주 69시간제'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향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D교사는 "교원 정원 감축으로 인한 전반적인 교원 업무 증가는 결국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태도 변화로 인해 학생과 교사 사이 관계 악화를 유발할 수 있고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고 말했다.
A교사도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우리 반 학생 수는 30명이다. 직전에 근무한 학교는 평균 22명을 가르쳤는데 8명 늘면서 교육활동이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며 "학습 수행 과제에 대한 검사량과 검사 시간이 길어졌고 개별화교육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정부의 정원 감축 기조에 대해서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A교사는 "1인당 학생 수가 많아지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긴밀하기 대응하기 어렵고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C교사는 "교사의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교사가 여유를 갖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교사들이 느끼는 이 같은 문제들은 교직에 대한 만족도 역대 최저치라는 설문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교직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교사는 23.6%에 그친다. 28.3%가 '보통'이라고 답했으며 48%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원 10명 중 8명이 마음이 떠난 교실에서 어떤 수업 혁신, 교육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냐"며 "정부는 교원이 소신과 열정을 회복하도록 교권 보호와 근무 여건·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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