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시장 재임 시절, 대전의 자매도시인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시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40대 초반의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시장으로서, 박사학위도 두 개나 가지고 있었으며, 헝가리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다가 시장에 선출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시장이 되어 직접 시정을 수행하니까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할 때의 생각과 비교하여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지금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학(市長學)'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받은 두 개의 박사학위를 합한 것보다 더 힘든 학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농담 섞인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그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막중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더 큰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한 말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면 '시정의 책임자로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려움은 수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열거하면, 관료적 합리성과 시민 정서의 불합치, 사유재산권 보호와 공익 추구의 갈등, 중앙정부의 비현실적 권한 이양,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여론 조작과 유통 등입니다.
한 가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시장이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는 관련 자료에 따라 만들어진 여러 안(案)을 놓고 각각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검토한 끝에 최선의 안을 선택합니다. 물론 사안마다 복잡성과 양면성 때문에 모든 결정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지만, 해당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행정 관료의 의견과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종합하여 최선의 안을 결정하게 되지요. 이와 같은 정책은 의회의 심의와 견제를 받으면서 확정됩니다.
이에 비해 일반 시민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내리는 판단은 지역이나 집단 이기주의에서 오는 편견에 바탕을 둔 것일 수도 있고, 제한된 정보에 기초했기 때문에 부정확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정서는 대단히 중요한 고려사항이지요.
시장이 관료적 합리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독선에 흐르기 쉽고, 시민 정서만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시민 영합주의나 포퓰리즘에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단지 시민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합목적성이 결여한 결론을 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장은 관료적 전문성과 시민 정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과거, 전문지식은 참모들에게 의존하고 시장은 리더십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시장 자신이 상당 부분 전문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무원의 수장으로서 민주적 리더십을 확보해야 합니다. 직원들과의 격의 없이 소통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적 감각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지요. 외국의 지방행정 모범 사례를 도입하여 그 도시의 실정에 맞게 정착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든 변화와 개혁은 평범한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시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방화 시대에서 국가 경쟁력은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총화이기 때문에, '범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이게 시장학의 핵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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