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 교수 |
대중교통 무료화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은 십 년 전인 2013년 세계의 수도 중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도입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인구가 50만인 탈린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시행되었는데, 도임 초에는 시장이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지금은 절대다수 시민들의 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탈린시의 경우 대중교통 무료화는 일단 경제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중교통 무료화는 주변에서 인구 이동을 가져와 도시 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대중교통 무료화로 저녁 시간대와 주말에 나들이를 많이 함으로써 사회적 이동성이 높아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평가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대중교통 무료화를 추진한 사례는 미국의 보스톤시다. 보스톤은 2022년 3월 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내 중심을 통과하는 3개 간선버스 노선에 대해 무료화를 진행 중이다. 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환승 이용자가 많은 이들 노선의 무료화를 통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층의 교통비용 절감, 환승 시간 감소로 이용 편의 증진, 대중교통 활성화로 탄소배출 감소 등을 기대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중간평가에 따르면 이용자는 분명히 증가했고 버스비 절감가 아울러 대중교통 만족도도 높아졌다. 이용자가 늘어났음에도 이동 시간은 동일한 것도 긍정적 효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무료 대중교통을 추진하고 있는 덴버나 캔사스 시티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비용절감과 대중교통 이용자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직접적 효과가 빈부 격차 완화나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 증가로 인한 교통 혼잡완화나 탄소배출 저감 등의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 만큼은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교통 무료화의 한계에 대한 보완책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단일요금제 방식이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의 경우 하루 1유로 교통패스제를 도입하고 있다. 1유로만 내면 종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2년에 도입됐던 연간 365유로의 교통패스를 변형한 형태다. 비엔나 모델은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도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단계적으로 1일 1유로의 빈 모델을 도입했다. 베를린은 1개월에 29유로 대중교통 정기권을 사용하면 트램,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베를린 정기권 제도는 이제 독일 전국으로 확대돼 5월 1일부터 매달 49유로로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겟으로 출시됐다. 통상 지자체별로 판매되어 온 대중교통 무제한 월 정기권이 전국 대상으로 발매되는 새로운 정기권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 49유로 정기권을 구매하면 한 달 동안 고속철을 제외한 독일 내 모든 지하철과 교외선 기차, 트램,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와는 다르게 환경문제와 대중교통을 연결한 사례도 있다. 2019년 7월 이탈리아의 로마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통근자에게 교통 요금을 무료화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코보너스로 이름 붙여진 이 제도는 24개 시장에 설치된 교환기에서 플라스틱 페트병(0.5~2L) 30개를 1.5유로 버스표로 바꿀 수 있다. 19년에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약 500만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을 수거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랑하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이제 세계가 모두 공감하는 이슈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교통체증을 완화하며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층에게 소득 보전의 효과와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무료 대중교통 시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점과 방법의 혁신 없이 지역이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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