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가정의 달 5월에 가져야 할 사심(私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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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가정의 달 5월에 가져야 할 사심(私心)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5-09 10:13
  • 신문게재 2023-05-10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교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지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정식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이고, 1995년 유네스코가 제정하고 그 이듬해부터 관련 행사를 해오고 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는 책의 날을 제안한 나라가 스페인이고, 메시가 뛰었던 FC바르셀로나로 유명한 카탈로니아 지방의 세인트 조지의 날과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1616년 동시에 사망한 날에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1995년 제정 당시 유네스코의 사무총장이었던 카탈로니아 출신 자라고자(Federico Mayor Zaragoza)가 이 날을 택한 이유에는 이 두 문호 외에도 우리에게는 생소한 잉카 가르실라소 드 라 베가(Inca Garcilaso de la Vega)라는 작가이자 역사가인 인물이 있다. 가르실라소도 역시 1616년 4월23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영국의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나, 『돈키호테』로 서구 문학의 새장을 열었다는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는 인정이 되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가르실라소는 의아해 질 수 있다. 사실 가르실라소는 스페인 장군과 원주민 잉카 귀족 사이의 혼혈로 태어나 스페인으로 건너가 삼촌의 후견으로 아버지의 아들임을 인정받았으며, 이후 어린 시절 구전으로 들어왔던 것으로 잉카 제국(고대 페루)에 대한 역사문학작품을 남겼다. 이런 작가들이 책과 저작에 대한 기념으로 부합하는 지에 대한 자라고자 사무총장의 사심은 미상불연(未嘗不然)이지 않을까?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는 5월은 1일 근로자의 날로 시작해서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5월 3주차 월요일로, 올해는 스승의 날과 같이 15일), 부부의 날(21일,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랍니다) 외에도, 5.18민주화운동기념일, 석가탄신일(음력4월8일) 등 감사하고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아 마음도 바쁘다. 더구나,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신록이 푸르름을 더하고, 예전, 아직 대학이 낭만적이었던 시절엔 메이퀸을 뽑는 축제로도, 5월 항쟁이란 단어처럼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근로자들의 데모로도 부쩍 요란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요즘의 안정(?)된 사회 분위기에서 시위가 계속되는 5월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한다는 의미의 근로자의 날이 있음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요구는 분신으로 이어진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했건만 최근 어른들의 아동학대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존경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는 사라져서 교실에서 교권은 자리를 잃은 지 오래되었고, 성년의 책임을 얘기하고자 하면 꼰대 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둘이 만나 하나되는 의미로 정한 부부의 날, 젊은이의 반 이상은 결혼 의사가 없으며, 세계 유례 없는 0점대의 출산율은 그 결과물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잔인한 4월이 아니고 5월이며, 어린시절 꿈, 희망없이 자라서, 존경할 만한 선생도 못 만나 보고, 결혼도, 출산도 하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이 만든 신조어, 탈출하고 싶은 헬조선이 떠오른다. 실제로 한해 국적포기자가 2만명에 이른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았을 기성 세대가 물려주는 현재 상황은 세계10위권내의 경제대국이지만 OECD 최고 자살율, 최저 출산율이다. 이제 기득권을 가진 부모 세대가 생각해볼 문제다. 이렇게 물려줘도 되는지를,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우리 나라는 문화 자산인 음악, 영화 등 K-콘텐츠 뿐만 아니라 COVID-19시기에 잘 보여줬던 K-방역과 같은 체계화된 의료시스템, 세계최고수준의 과학기술, 사회인프라 등 외국인들이 코리안드림을 가질 만한국가이다. 쉽진 않겠지만 북한과의 통일까지 염두에 둔다면 정치인들이 말하는 세계5대강국이 헛소리만은 아닌 가능성을 가진 나라이다.

'빨리빨리'는 성장 신화를 만들어낸 상징적 단어다. 그렇게 먹고 살기 위해 바쁘게 지낸 세월을 변명만 하기에는, 젊은이들이 지쳐 보인다. 기성세대도 그렇다. 인구가 순감소하는 상황이다. 이젠 찬찬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비유하나 더하면, 결국 기후변화대응도 다음세대에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려면 너무 늦지 않게 뭘 해야 하는 것처럼.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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