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대전지법 형사12부는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웨이퍼 연마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대기업 전 연구원 A(55) 등 일당 6명에 대해 공판을 갖고 혐의 내용을 심문했다. 이들은 반도체 웨이퍼 제작에 핵심적 기술인 CMP슬러리 공정에 대한 기밀 자료를 회사 내 직원이 사진 촬영 등의 방식으로 유출하면 이를 동업 관계로 포장된 중국 기업으로 넘긴 혐의다. 이렇게 넘어간 기밀 중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CMP슬러리 사용 현황과 중요 실험 결과 등 지정 첨단기술도 빠져나갔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들은 중국 기업에 제공한 자료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줄 몰랐다거나, 피해 여부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6월 5일 속행될 예정이다.
9일 국정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이며, 그로 인한 피해액도 약 25조 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에 대한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하고,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경우 2022년 선고되는 형량은 평균 14.9개월이었다. 초범이거나 피해 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집행유예에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최고 30년까지,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형 결정과정에서 배제되고 고려되어야 할 요소를 담은 양형기준상 형량은 기술을 해외에 유출했을 때 최고 3년 6월, 가중했을 시 6년에 그치고 있다. 피해액 5억 원에서 50억 이하의 일반 사기범행을 저질렀을 때 양형(기본 3~6년)보다 낮은 실정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토론회에서 "산업기술보호법과 첨단전략산업법이 기술유출 범죄에 유기징역에 벌금을 병과하도록 되어 있으나 판례에서 벌금이 함께 선고된 사례는 없었다"라며 "집행유예 선고가 60%를 상회하는 높은 범죄유형임을 고려하면 집행유예 양형기준의 적절성 검토도 매우 섬세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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