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 경제부 기자 |
3일 한남대학교에서 만난 한 지역 중견 기업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엔 지역 기업을 외면하는 지역 교육기관을 향한 서운함이 담겨있었다. 한남대가 대전 상공회의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지역 강소기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목요일에 만난 기업 설명회'가 열린 자리에서다. 지역 청년층 이탈로 지역 기업이 겪고 있는 구인난을 고려한다면, 한숨이 더 깊게 다가온다.
해당 설명회를 직접 참석해보니, 과학의 도시답게 대전엔 우수한 기술력으로 오랜 기간 업력을 이어온 강소기업들이 꽤 있었다. 얼마 전까지 취업을 준비했던 내가 듣기에도 쏠쏠한 정보들이 많았다. 지난해 2학기엔 해당 프로그램에 지역 기업 15개사 참여했으며 한남대 3·4학년생 총 348명이 수강했다. 학생들이 매긴 당시 해당 프로그램 전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2점이었으며, 참여 기업에 만족한다는 학생들의 답변도 92%에 달했다.
대학교 시절을 잠시 돌아보면, 취업 프로그램이라고 참여한 사기업 설명회나 멘토링은 대기업 중심으로 꾸려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기업에 취업해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됐다. 하지만, 300인 이상 사업체 58.3%가 서울에 있으며, 대전에 있는 비율은 3.5%에 지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지역 교육기관에서 지역 청년의 수도권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인서울 대학교 탐방을 갔던 후드티 입은 고등학생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장을 입고 서울에 면접을 보러 다닌다. 명문대-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출세의 사다리에서 지역은 소외돼있다.
결국 지역에 남고 싶거나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는 구직자는 핸드폰을 켤 수밖에 없다. 다녔던 회사의 기업 후기를 적고 별점을 매기는 어플을 통해 신원도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을 보며 열심히 비교 검색하다가, '중소기업은 가지 마라. 나이가 들더라도 대기업에서 시작해라'는 인터넷 취업준비카페의 단순 혐오 댓글들을 보며 힘 빼는 일의 반복이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90%에 달하는 중소기업 취업자는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지역균형발전은 수도권 중심의 외형적 성장 못지않게 비수도권 지역도 고르게 잘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심이 아닌 도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은 대기업만큼 큰 성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묵묵히 열심히 하는 작은 기업에도, 그 기업에 취업하는 90%의 취업준비생도 중요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명문대 합격과 대기업 취업, 대기업 유치 모두 박수 받을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90%의 학생들, 근로자, 기업이 소외되진 않았는지. 그래서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유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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