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제도 시행 5개월 차에 접어든 고향사랑기부제는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따라 구성된 단일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와 단순 답례품 위주의 홍보·마케팅 전략이 고향사랑기부제의 잠재력과 활용성을 가로막는 실정이다. 유병선 책임연구위원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향사랑기부제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분석하고 대전에 맞는 적용방안을 살펴봤다.
고향사랑e음 메인 홈페이지 화면. [출처=고향사랑e음] |
논의 과정이 순탄친 않았다. 기부하는 주민이 행정서비스는 도시지역에서 수용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의 일부를 다른 지역에 납부하는 것은 조세의 수익자부담 원칙에 어길 뿐만 아니라 기부금 수입 확대를 위한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자민당의 지지를 받아 고향납세제는 2008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공식 도입됐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고향납세제는 완전히 자리 잡았다. 시행 초기인 2008년 865억 원에서 2020년 7조 1486억원을 모금할 정도로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부터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게 되면서 이용자 수는 크게 늘었다. 물론 답례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2017년 4월부턴 기부액의 30%로 답례품을 제한했다.
2015년 소득공제 상한액을 10%에서 20%로 늘리고 고향납세 원스톱 특례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용자 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조세와 기부금 제도를 결합해 세금(소득세와 주민세) 일부를 주소지 지자체로부터 거주지 외의 지자체에 이전하는 효과도 거뒀다. 납세자가 세금공제 대상 기부 상한액 이내에서 기부하면 자기부담액 2000엔을 제외한 전액을 소득세와 개인주민세에서 공제받도록 설계하기도 했다.
박희조 동구청장(사진 왼쪽부터), 김광신 중구청장, 서철모 서구청장, 최충규 대덕구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이 대전 서구 둔산동 NH농협은행 대전중앙금융센터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릴레이 기부 캠페인에 참석해 고향사랑기부제 동참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지정기부제는 일본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자체 재정 낭비를 우려하거나 기부금 사용 용도에 동의하지 않아 기부를 주저하는 이들도 지정기부제를 통한다면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일본에선 지역별로 다양한 사업을 지정기부제와 연계해 사업재정을 확충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기부자들의 효능감을 높이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대전은 지역 특성에 잘 어울리는 사업을 물색할 필요성이 크다. 과학과 예술을 융복합한 복합문화 조성사업이나 근대문화거리 조성사업, 전통시장 관광자원화 사업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향후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될 경우에는 기금을 활용해 어떤 사회적 성과를 창출했는지 공개해 기부자들에게 만족감을 심어주는 게 과제다. 성공할 경우 사업 성과를 기부자가 공유해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향사랑e음에 올라온 대전광역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출처=고향사랑e음] |
유병선 책임연구위원은 "매력 있는 기부금 사용 용도를 제시하고 경쟁력 있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대전의 특성에 잘 어울리는 사업과 답례품을 찾아야 한다. 대덕연구단지 탐방과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체험, 뿌리공원과 계족산, 보문산 등 지역관광지 체험, 동춘당과 같은 대전전통문화유적 투어, 근대문화유산 답사 등의 체험형 답례품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주요 기준은?=기부 주체는 개인으로 주소지 외 모든 지자체에 연간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되며 1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16.5%만 받을 수 있다. 현재 법인 기부는 불가능하다. 강제 모집 방지를 위해 현 거주 지자체에는 기부를 제한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최·주관하는 모임에서 기부를 독려하는 행위는 제한한다. 향우회와 동창회 등 출향 단체에 기부를 권유하는 것도 금지한다. 지자체의 기부금 모집을 위한 광고나 인쇄물 배부 방식의 홍보는 가능하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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