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
그때 짧은 시간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논리와 생각이 나올 수 있고, 보다 깊은 생각의 깊이와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 스티브 잡스는 '시'를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가 좋아하던 시인이었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지옥의 격언 초(抄)'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시'에서 "어리석은 자가 그의 어리석음을 고집하면 지혜로워진다"라는 말이 있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가 연사로 나서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에게 말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고 열광케 했던 말 "변함없이 우직하게, 늘 갈망하며"(Stay foolish, Stay hungry)라는 말도 그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그 '시'에서는 "현재 증명되는 것은 한때는 오직 상상된 것이었다"라는 구절도 있다. 스마트폰을 처음 세상에 내놓게 된 스티브 잡스의 영감이 여기서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역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인 '순수의 전조' 중의 일부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이 시는 놀랍게도 화엄경(華嚴經)의 핵심 사상인 "티끌 하나가 온 우주를 품고 있고 찰나의 한 생각이 끝도 없는 영겁으로 이어진다"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동양과 서양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에 인도에서 더 단순한 삶의 방식과 명상을 위해서 체류했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런 내용에 그가 심취했음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개인의 독창성'과 '창조적 사고'이며 그런 사고는 시를 통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서 발현된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삶을 세상으로부터 되찾아오라는 충고처럼 느껴져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은 모든 것을 단조롭게 만든다. 창조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정해진 틀 안에서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터로 가는 그런 생활을 반복한다. 앞으로는 과학 문명의 발전에 따라서 더욱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사람들의 일상은 단조로워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삶이 화석화되어 어떤 도전도 힘들어지고 위험을 피하게 된다. 요즘은 누구도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핸드폰의 단축 버튼을 누르며 자동차는 현재 자율주행 3단계까지 온 상황으로 운전도 필요 없는 상황이 곧 올 것이다. 깊은 생각 없이 모든 자료와 구성, 영상, 내레이션, 편집은 챗지피티(ChatGPT)를 통해서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너무 빠른 과학의 발전에 이미 우리 스스로가 놀라고 있다. 과학자들조차 인간이 인공지능(AI)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통제해야 할 필요를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정작 인간을 소외시키는 상황이 될 것이며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뿌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그럴 때 닫힌 생각을 열고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는 계기를 '시'에서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오늘도 끊임없이 고독한 결단을 내리며 책상 위에서 쌓인 업무에 치이는 모든 현대인과 경영자들에게 꼭 '좋은 시'를 읽도록 권유하고 싶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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