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견공이지만 개한테 배워야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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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견공이지만 개한테 배워야 되겠네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3-05-05 21:3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며칠 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가슴이 뭉클한 장면을 시청했다.

필리핀 어느 농가에 견공 두 마리가 있었다.

비록 동물이지만 주인이 사랑하고 사람처럼 키우는 반려견이었다.

어느 날 주인집 아기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맹독의 독사 포플러 한 마리가 낮잠 자는 아기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견공 두 마리가 독사 포플러에게 필사적으로 대들었다.

견공과 독사 포플러의 목숨을 건 싸움은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포플러가 견공한테 물리기도 하고 견공 두 마리가 당하기도 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은 보는 이의 가슴을 숨죽일 정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맹독을 가진 포플러가 작지만 엄청나게 빠르고 표독하기가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사력을 다하여 맹독을 뿜어내며 결사 항전하는 포플러는 견공 두 마리가 만만하게 여길 상대가 아니었다. 쫓아가고 대들고 내달리며 옥신각신하는 싸움은 바라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세 생명체-견공 둘에 포플러 한 마리-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10여 분의 사투 끝에 맹독을 가진 독사 포플러가 죽었고, 안타깝게 견공 하나가 숨을 거둔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견공 하나가 살아 있기는 했지만 포플러의 맹독으로 한 쪽 눈을 실명하게 된 것이었다.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견공 두 마리가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견공 하나는 포플러에 물린 독으로 죽었고, 다른 하나는 독사의 독으로 실명된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주인의 은덕으로 살아온 견공들이 배은망덕(背恩忘德)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일러 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욕칠정과 사리사욕에 눈멀어 표리부동하게 사는 사람보다는 백 번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이지만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충직성과 결초보은의 행동에 가슴이 뜨끔했다.

어느 날 SBS 방송 '동물농장'에서'흰 차만 보면 따라가는 견공'이란 사연을 공개했다.

사연 속 견공은 마을에서 차량 통행이 가장 잦은 삼거리에 앉아 있었다. 인근 주민은 녀석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실제로 검은 차량, 회색 차량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흰 차만 나타나면 부리나케 뛰어가는 것이었다.

이유는 한 달 전 흰색차를 탄 주인이 녀석을 이 곳에 버렸던 것. 녀석은 인근 주인의 손길을 불편해 했고 오직 삼거리 길목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녀석은 언젠가 주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내 삼거리를 지키던 녀석은 급히 어디론가 향했다. 목이 말랐던 녀석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핥았다. 그러나 혹시라도 주인 차가 지나갈까 하는 마음에 또 삼거리로 향했다.

녀석은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주인을 기다렸다.

방송국 제작진의 수소문으로 녀석의 충격적인 목격담을 듣게 됐다. 주인은 개를 데리고 차에서 내려서 산책시키는 척하다가 개가 앞질러 달려가자 혼자 차를 타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를 버리고 달아나서 녀석은 유기견이 되고 만 것이다.

안타깝게 여긴 주민이 수차례 녀석을 데리러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주민의 집에 들어온 녀석은 안절부절 못한 채 애타게 문을 두드렸고, 문을 열어주자 다시 삼거리로 달려갔다. 녀석은 밤이 늦도록 주인을 기다렸다.

사람의 인기척도, 차들의 움직임도, 거의 끝난 시간에도 녀석은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언젠간 데리러 올 것이라고 믿는 녀석의 모습은 안타깝기 이를 데 없었다.

위의 두 견공의 일화에서 우리 사람은 느끼고 깨닫는 것이 있어야겠다.

비록 동물이지만 자신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사람한테 충성을 다하는 그 충직성과 배은망덕(背恩忘德)하지 않는 견공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우리 주변엔 배울 만큼 배우고 권세도, 명예도, 물질적인 돈도,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이 답지 않은 일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현실인가!

물론 세인 중에는 따뜻한 가슴으로, 칭송의 대상이 되어, 본보기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어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특히 권세가가 상대방을 이용하여 권세를 잡은 뒤에는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이니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상대방 덕분에 명성을, 재물을, 권세를 얻은 사람들이 입만 가지고 후안무치의 괴물이 돼 가고 있는 현실이니 더더욱 얼룩진 마음이 아닐 수 없다.

돈을, 권세를, 명성을 얻기 위해 상대를 이용만 해 먹고 토사구팽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니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재물, 권세, 명성 때문에 혈육도, 친구도,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여!

화제의 주인공 두 견공이 월사금 없이 가르치는 선생님이니 열심히 배우기를 바란다.

돈, 권세, 명성이 좋다지만 가슴 없는 욕심의 노예로 살아서는 아니 되겠다.

이런 걸 잊고 산다면 나리들을 개만도 못한 동물이라 하지 않겠는가!

'견공이지만 개한테 배워야 되겠네.'

지체 높은 나리들이여!

사람의 탈을 쓰고,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아서야 되겠는가?

돈, 권세, 명성을 낚으려는 현대판 강태공들이여!

견공이지만 두 마리 개 선생님한테 많이많이 배워야겠다.

아전인수에 눈 먼 나리들이여!

토사구팽(?死狗烹)이란 단어는 모르고 사는 게 어떻겠는가!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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