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남대학교에서 '목요일에 만나는 기업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이유나기자. |
(상) 먹이 찾아 둥지 떠나는 지역 청년들
(중)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지역 강소기업 '억울'
(하) 지역경제 구조적 문제 개선방안은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 먹이는 일자리를, 둥지는 주거지를 뜻한다. 지역엔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엔 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암울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청년들은 '둥지'가 없음에도 '먹이'를 찾아 서울로 떠난다. 적은 일자리 수와 직종의 다양성 부재, 부족한 처우 등이 이유로 꼽힌다. 지역에 청년이 빠져나가면 지역경제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인재 유치를 위해 '탈대전'을 고려하고, 대기업들은 지역에 인재가 없다는 이유로 판교 이남으론 내려오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며 지역에 남고 싶은 청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중도일보는 세 편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지역 청년 이탈을 막을 방안이 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기획-지역 인재 '탈대전 스톱(STOP)']
(중)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지역 강소기업 '억울'
"여기 있는 학생 중 우리 회사 이름 들어보신 분 없겠지만, 현대차나 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볼트가 없으면 자동차를 못 만들어요."
5월 3일 한남대에서 열린 '목요일에 만난 기업 설명회'에 연사로 나선 지역 중견기업 '진합'에서 온 전병민 인사팀 부장 목소리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목요일에 만난 기업 설명회'는 한남대가 2021년 대전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지역 우수기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날 설명회엔 지역에서 최소 20년 넘게 업력을 이어오며 수출의 탑, 대통령상, 우수기업 인증 등을 받은 건실한 중견기업이 참여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회사의 기술력과 매출액, 영업이익,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상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오봉혁 아이쓰리시스템 경영지원부장는 "우리 회사는 적외선센서 분야에서 세계 일곱 번째, 직접 방식 엑스레이 영상센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탄탄하다"며 "25년째 흑자를 내고 있으며,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은 군수·의료·우주 분야 등 확장 영역도 넓다"고 말했다.
3일 한남대에서 열린 '목요일에 만나는 설명회'에서 소개된 지역 강소기업. 사진=이유나기자. |
실제로 대전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벤처기업 성장률이 높은 도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벤처·스타트업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전의 벤처투자 규모는 3557억 원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세 번째다. 고용도 지난해 867명이 늘어 고용증가 순위도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 번째다. 제1기 D-유니콘 기업은 2022년에 전년 대비 기업가치 2585억 원, 투자유치 91억 원, 매출액 450억 원, 고용인원 126명이 증가했다.
이날 학생들도 기업 설명회에 집중했다. 올해는 어떤 직무에서 사람을 뽑는지, 기업의 남는 인재는 어떤 지원자인지 질문도 이어졌다. 실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2학기엔 지역 기업 15개사 참여했으며 한남대 3, 4학년생 총 348명이 수강했다. 당시 해당 프로그램 전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2점이었으며, 참여 기업에 만족한다는 학생들의 답변도 92%에 달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여한 이정민 한남대 회계학과 4학년 학생은 "지역에 있는 기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돼서 시야가 넓어졌다"며 "무조건 대기업만 고집하기보단 지역에 있는 중견 기업 취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관계자는 지역 인재와 기업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민 진합 인사팀 부장은 "해당 설명회를 통해 우리 기업을 알게 돼 지원했다는 지원자가 생길 정도로 기업 홍보 효과가 있다"며 "지역에도 우수한 기업이 많은데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다른 대학에도 이런 설명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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