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상) 먹이 찾아 둥지 떠나는 지역 청년들
(중)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지역 강소기업 '억울'
(하) 지역경제 구조적 문제 개선방안은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 먹이는 일자리를, 둥지는 주거지를 뜻한다. 지역엔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엔 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암울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지역청년들은 '둥지'가 없음에도 '먹이'를 찾아 서울로 떠난다. 적은 일자리 수와 직종의 다양성 부재, 부족한 처우 등이 이유로 꼽힌다. 지역에서 청년이 빠져나가면 지역경제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인재 유치를 위해 '탈대전'을 고려하고, 대기업들은 지역에 인재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경기도 판교 이남으론 잘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며 지역에 남고 싶은 청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중도일보는 세 편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지역 청년 이탈을 막을 방안이 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기획-지역 인재 '탈대전 스톱(STOP)']
(상) 먹이 찾아 둥지 떠나는 지역 청년들
"서울 가면 고생할 것 뻔히 보이지만, 다들 어쩔 수 없이 가는 것 같아요."
최근 기자가 만난 대전에 사는 20·30 청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지만,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주는 임금이 지역보다 많아 높은 물가와 자취비용을 빼더라도 수도권 취업이 훨씬 이득이라고 청년들은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 총액은 서울이 456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전은 381만 원, 세종은 398만 원, 충남은 401만 원으로 서울과 격차가 적지 않다. 고용률로 보면 2023년 2월 기준 서울 68.3% 경기 69.2%인데 비해 대전 68.2%, 세종 66.9%, 충남 67.6%에 불과하다.
충남에서 태어나 대전에 있는 사립대를 졸업하고 대전에 있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문지희 씨(25살)는 서울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문 씨는 "대전에 있는 회사는 임금 수준이 너무 낮고 임금 상승률도 미미하다"며 "한적한 분위기가 좋고 가족들도 있어서 대전에서 평생 살고 싶었지만, 취업 여건이 좋지 않아 서울에서 더 나은 대우 받으면서 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수도권과 가까운 대전의 지리적 요건은 오히려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화 시킨다. 문 씨는 "어차피 서울과 대전은 KTX로 한 시간 거리인데 부모님 뵈러 자주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지역엔 일자리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을 뿐더러 선택지도 다양하지 않다. 대전에서 태어나 지역 국립대를 졸업하고 경기에서 IT업계 중견기업에 다니는 강윤제씨(29살)는 "대전은 공기업이 대부분이고 IT업계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수도권은 회사가 몰려 있어서 이직하기도 편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IT개발·데이터로 검색하면 서울은 1만 410건의 채용공고가 올라왔지만, 대전은 613건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 2022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대전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은 교육 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업이었다.
인적 네트워크와 문화 자본을 쫓아 서울에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상경한 김현주(28살)씨는 고향에 내려올 생각이 없다. 김씨는 "대전은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고 지역 특유의 보수성이 있어 답답하다"며 "다양한 문화생활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