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대전충남 의료계 '양분'… 단축진료 앞 시민들 '당황'

대전시간호사회 간호사들이 3일 오후 서구 갑천변에 모여 환경정화 봉사활동에 앞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일주일이 지났으나 대전·충남 의료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진료를 조기에 종료한 병·의원 문 앞에서 환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걸음을 돌려야 했고,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을 비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3일 대전 서구의 한 의원 출입문에는 진료시간 단축을 안내하는 설명문이 붙어 있었다. 오후 4시부터 진료를 조기에 중단한다는 안내 그대로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시간에 진료실 문은 닫혔고 접수창구도 폐쇄됐다.

이에 앞서 대전시의사회와 대전충남간호조무사회 등은 오후 1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4월 27일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 일방 입법에 항의했다. 또 공포될 것으로 전망되는 오는 16일까지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때는 17일에 지역에서 의사단체 총파업을 갖기로 했다.

대전시의사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전충남도회가 3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의료행위에 관계없는 사안으로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법안은 과잉입법으로 헌법에 위배되고, 의료행위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역시 의료계 여러 직군의 균형을 깨트려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같은 시간 대덕구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도 진료를 조기에 종결하는 단축 근무가 시행됐다. 간호조무사 4명 중 2명이 오후 반차를 제출하고 퇴근해 진료를 도울 인력이 부족했고, 최근 법률안에 대한 반대하는 뜻을 시민들께 알리는 차원이었다.

3일 대전의 한 병원에 단축진료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같은 날 대전시간호사회는 오후 4시 서구 갑천변에 모여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였다. 간호법안은 17대, 20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3번째로 발의된 법안으로 2005년 입법이 시도된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사안으로, 간호사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간호법은 국민의 사회적 돌봄을 위한 법률이자 우수한 간호 인력이 계속 의료계에 남아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며, 환자 수 대비 적정배치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법제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희 대전시간호사회 부회장은 "초고령사회 및 만성질환으로의 환자를 적극적으로 돌보고 건강보험을 절약할 수 있는 법률로서 수혜자는 어느 직역도 아닌 국민이 될 것이다"라며 "법률이 정하는 업무에서 환자를 위한 협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