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지도위원 |
'문화예술 교육'은 예술적 경험을 통해 창의성인 사고와 올바른 인성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다. 예술 교육을 받은 사람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표현 능력이 뛰어나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문득, 1986년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 생각난다. 대학에서 '국악타악'을 공부한 나는 졸업 후 '우리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교육적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학교를 떠올렸다. 곧바로 충청지역의 초·중·고 현황을 파악했고, 학교 한 곳당 2개월씩만 특강을 한다 해도 족히 30년은 걸릴 거라는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가설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경험한 국악의 매력과 가치를 어떻게든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던 즈음, 그 해 겨울 공주교대 풍물동아리 겨울 합숙훈련에 강사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공주교대 풍물동아리 '큰마당'은 1979년 민속극회로 창단한 후, 1981년 국악 동아리로 선회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처음 강사 제안을 받았을 때, 학부도 아닌 교내 동아리에서 '얼마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벼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동아리 학생들의 열정은 대단했고, 내가 가졌던 첫 마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졸업 후 '교사의 길'을 걷는다는 자긍심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열심히 배워갔다. 그렇게 회원들과 혼연일체 되어 예술의 혼을 불태웠고, 합숙이 끝날 무렵 내가 생각한 '사회 환원'을 큰마당에서 실현하는 것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큰마당과의 첫 인연은 그렇게 일단락됐고, 이듬해 여름방학 합숙 훈련 때부터 나의 비전을 회원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회원들 역시 교육자로서의 꿈을 나누며 공감을 끌어냈고, 진정성 가득한 마음만큼, 실기 능력도 빠르게 성장했다.
큰마당 회원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올해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80년대 학번의 회원들은 이제 교장 선생님으로 한 학교의 미래를 이끄는 교육 리더가 됐다. 90년대 학번 회원들도 장학사와 교장, 교감이 됐다. 그렇게 인연이 된 200여 명의 회원들은 대전은 물론 서울과 경기, 충청권 전역의 교육 현장에서 건전한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큰마당과의 인연을 되짚어 보면서 문화예술 교육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는다.
올해로 창단 43주년을 맞는 '큰마당'이 오는 19일 정기공연과 40주년 기념공연을 선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흥겨운 마당을 선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올리게 되어 기쁨과 설렘이 배가 된다. 힘든 시기 큰마당을 지켜온 회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주교대 큰마당이 지향하는 목표는 '더불어 사는 삶 큰~마당'이다. 큰마당을 통해 올바른 인격을 정립하고, 개인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등대 삼는다. '큰 뜻을 이루는' 큰마당의 정신으로 무장한 회원들은 이제 일선 학교의 교사로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소중함을 전달하며 미래사회의 주역을 키우고 발굴하며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 교육'의 위대한 힘이며, 전인교육 실현의 핵심 요소라 할 것이다.
최근 초등 교과서에 국악 비중을 낮추려는 교육당국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내 나라의 음악을 초등 시절에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문화는 서서히 쪼그라들어 마침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악은 민족의 근간인 우리의 '혼'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문화예술 행위의 매개체다. '나를 지키는' 마음으로 우리의 전통음악을 계승·발전하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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