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리플릿. [출처=행정안전부] |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지역을 초점에 맞춘 기부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긴 섣부르다. 단지 홍보만을 위한 유명인 기부나 이색 답례품 경쟁은 고향사랑기부제 본질을 흐리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100일을 맞아 그동안 미비한 점과 개선 사항 등을 짚어 지역기부문화의 정착과 확산을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1. 갈 길 먼 고향사랑기부제, 현 상황은?
2. 일본 고향세와 고향사랑기부제 차이는?
3. 자리 잡은 일본 고향세, 특별한 이유는?
4. 고향사랑기부제 이젠 실질적 변화 절실
박희조 동구청장(사진 왼쪽부터), 김광신 중구청장, 서철모 서구청장, 최충규 대덕구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이 15일 대전 서구 둔산동 NH농협은행 대전중앙금융센터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릴레이 기부 캠페인에 참석해 고향사랑기부제 동참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선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시행 5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현행 고향사랑기부제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본 취지를 살리고 지역 혁신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선 지금껏 해왔던 방식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담당하는 현장에서나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이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꼽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적극적인 행정과 자율적인 제도 환경이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민간 플랫폼의 참여 확대가 필수라는 데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수라 할 수 있다. 적극 행정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사가현의 대표적 지정기부 프로젝트인 1형당뇨 연구지원. [출처=후루사토 초이스] |
일본은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벤치마킹 사례로 손색이 없다. 그들의 실패와 성공을 교훈 삼아 우리의 제도를 정비해 성공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 일본의 성공 방정식을 응용하는 것만으로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룩할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국내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성공 노선을 따라가기보다는 실패 노선을 따라가는 추세다. 관(官) 주도 정책과 단일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 단순 답례품 위주의 홍보·마케팅 전략 등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고향세 성공의 핵심은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다. 각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금을 모집할 때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제도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또한 지정기부금 등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모금함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민·관이 협력하는 민간 지정 기부형 고향세 'GCF(거버먼트 크라우드 플랫폼)' 시스템이 핵심 열쇠다. 기부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나 지역 현안을 고향세와 매칭해 기부 효능감을 높이면서 지자체는 현안 사업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일본은 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 주도로 고향세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기반 위에서 지역적 차별화가 이뤄진다. 보다 창의적인 모금 방식이 시행되고 매력적인 답례품이 나온다. 중앙 정부 독점 아래 진행됐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사가현 와시사키 료코 협동사회추진담당 계장은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민간의 얘기를 잘 듣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사가현은 주도성과 자주성을 많이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고향 납세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는 지역별뿐만 아니라 사용 용도별로도 분류해 기부자들이 목적에 맞는 기부를 돕고 있다. [출처=후루사토 초이스] |
지자체가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전략 마케팅과 홍보, 제품개발, 지정 기부 현안 연구는 민간 전문가들과 협업하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럴 경우 행정 편의적 대응과 소극적인 사업 집행을 피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모두 개선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건 중앙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이다. 현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e음' 플랫폼 외 민간 플랫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과도한 홍보 제약으로 지자체가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자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재 방침으로는 결코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은 이룰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고향사랑기부제 리플릿. [출처=행정안전부] |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안전부가 지금까지 이어온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고 진정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실질적 변화는 실질적 행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자체에 자율성을 확대 부여하고 민간 플랫폼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 개선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끝>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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