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이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 재난기상에 역할을 확대해 지역주민들에게 알림체계를 갖춘다고 밝혔다. (사진=이성희 기자) |
기상청의 대전 시대를 개막한 유희동 기상청장은 4월 24일 중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기상의 대응 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기상청 사람들'이 주저 없이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 중인 기상청이 정부대전청사 내에 조성 예정인 국가기상센터가 완전한 탄소 중립적인 대한민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인터뷰는 정부대전청사에 마련된 기상청장실에서 이뤄졌다. <편집자 주>
-충북 괴산 규모 4.1 땅 흔들림 후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 지진에 대비한 대응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나.
▲호우와 태풍도 예측을 하는데, 지진은 안타깝게도 지구 재난 중에서 예측 불가능한 유일한 재난이다. 지난해 10월 충북 괴산에서 발생한 규모 4.1 지진이나, 올해 1월에 발생한 강화 해역의 규모 3.7의 지진은 한반도 어디에서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예측이 어렵다면, 지진 발생 즉시 빨리 감지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속한 지진탐지를 위한 조밀한 관측망이 필요한데 국가지진관측망은 유관 기관 관측망을 포함해 390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진 피해 위험지역인 인구 밀집 지역과 원자력 시설지역, 주요 단층 지역 등 집중감시구역을 중심으로 더 촘촘한 지진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진탐지 시간을 현재 3초대에서 1초대로 2초가량 앞당겨 지진 발생 시 대피 가능 시간인 골든 타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대 연구결과 지진 발생 후 5초 내로 위험 사항을 해당 지역에 전달하면 인명피해를 80%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원전 및 철도 등 주요시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는 3∼5초 수준의 진도기반 현장 지진경보도 2026년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으로, 시간 단축을 위한 기술개발에 계속 투자해 나갈 것이다.
-폭우처럼 돌발적이면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위험기상을 예측하는 것만큼 필요한 곳에 빠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 준비된 정책은.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한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정확한 예보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전통적인 장마 기상현상은 게릴라성 폭우 현상으로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가을 기상학회에서 국내 장마 개념을 재설정하는 논의를 시작했고, 기후변화 시대에 폭우 성격의 장마를 정확하게 규정하는 과정을 밟아갈 것이다. 특히, 2022년 여름 수도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를 되돌아보고, 기상청이 재난 관련 정보를 직접 국민에 전달하는 체계를 계획하고 있다. 최소한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목숨을 구해보자는 뜻이고, 위험기상 해당 지역주민에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는 휴대전화가 될 것이다. 현재 지진 발생 정보를 국민에 재난문자를 통해 기상청이 직접 통보함으로써 다른 부처를 경유하는 것보다 대응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기상재해에도 적용하고자 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재난문자를 보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신림동 폭우 상황을 가정했을 때 119에 구조신고가 접수됐을 때보다 20분 전에 문자를 보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문제는 저희 예보실이나 현업실이 가장 바쁠 때 위험기상 재난 알림을 위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나, 직원들의 참여 속에 마른 수건에서 짜듯이 인력을 조정해 올여름 수도권부터 시작한다. 내년부터는 대상 지역을 확대해 제공하고자 한다.
유희성 기상청장은 4월 24일 중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대전청사에 건립을 추진 중인 국가기상센터를 탄소중립 상징적 장소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이성희 기자) |
▲기후변화는 기온이 오르거나 비가 많이 오고, 건조해지는 등의 일부 특성으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나쁜 조건의 기상들이 빈번하고 강도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중부권은 지난 3월 평균 상대습도와 강수일수가 모두 1973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대전·세종·충남지역 3월 평균 상대습도는 평년(1991~2020년)보다 10%나 낮은 53%로 기록됐다. 중부권과 충남지역 3월 강수일수는 각각 2.6일과 2.3일로 가장 적었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화재 가능성과 대형화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빈번해지는 폭우, 산불 등의 위험기상은 어느 지역에 국한되어 나타나기보다, 갈수록 불규칙적이고 예상하기 힘든 양상이 지금보다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형, 식생, 사회 인프라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같은 위험기상을 직면하더라도 더욱 취약한 지역이 있으니,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3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 참석했는데, 무엇을 논의했나.
▲잘 알겠지만, 지난 3월에 열린 IPCC 제58차 총회에서는 제6차 평가주기에 나온 모든 특별보고서와 평가보고서의 핵심 내용만을 요약한, IPCC 보고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종합보고서가 승인되었다. 보고서는 지금부터 10년 동안 단기 기후 행동의 실천과 확산을 강조했고, 산업, 에너지, 정책 기술 및 정부의 역할 뿐 아니라 수요 부문, 즉 최종 소비자들의 선택만으로도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총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이 형성되었던 자리로, 올해 처음 시행되는 파리협정 전 지구적 이행점검의 투입자료로 활용될 종합보고서에 대한 전 세계의 높은 관심과 그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에 의해 기후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제 조건에서 10년 이내에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재빠른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희망 메시지도 있었는데, 기술 발전하고 인간의 노력으로 기후변화 축소하고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선보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업무가 기상청 앞에 놓여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해 기상청 역할은.
▲기상청은 100년간 축적한 기온, 강수량 등 다양한 기후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이용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기후데이터가 반영된 기후변화 모델을 활용해 미래의 기온, 강수량, 극한 기후 현상 예측 등 기후변화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위험 재난과 기후 문제는 시민들이 각각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를 개개인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국민에게는 합리적 기후 데이터를 보여주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기후변화를 예방하는 행동을 하거나 위험 기후에 대비할 수 있다. 과거 100년의 기후데이터와 미래 100년의 기후변화 예측정보를 기반으로, 실효적인 탄소중립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그 이행과 점검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필요한 다양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예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기상정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정확도 측면에서 기상청 예측 정확도를 평가한다면.
▲7~8년 전 기상정보 10개를 보고 판단했다면, 기후변화 시대에 지금은 15개를 봐야 예전 수준의 예측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 경험 못 한 위험 기상 현상 많아졌다. 위험기상을 예보해 국민생명 재산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확도 측면은 나쁘지 않다. 정확도를 지금 수준보다 더 높이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관측이라는 이름으로 촘촘하게 관측장비를 설치해 실황을 잘 알아야 한다. 또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수치예보 모델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예보관이 참조할 좋은 자료가 생성된다. 마지막 어쨌든 최종적 예보관이 경험과 분석을 통해 판단한다. 이들 세 가지 요인 중에 가장 낮은 지점에 있는 요소를 기준으로 예보 정확도가 형성되고 있다. 세 요소를 동반 상승해야 정확도가 높아진다. 장마, 태풍,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이 빈발하는 여름철 가장 고민스러운 북태평양고기압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주도하고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하는 '북태평양고기압 집중관측 국제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준비하고자 한다.
-예보관의 경험과 판단이 중요하다. 전문예보관 양성과 부족한 인력을 충원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예보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예보 분야 전문교육을 실시해 우수한 예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 예보관으로 오래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예보 분야에 대한 전문직공무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예보관 인력이 충분해, 근무조를 5개 이상으로 구성해 4개 조는 교대근무를 하고 1개 조는 전문교육과 심층분석을 병행하면서 예보관의 역량을 키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타깝게도 예보관 인력이 충분치 않아 근무조가 4개이며, 예보 업무만으로 시간이 부족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분석 기회가 부족하다. 예보관 1개 조 증원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를 설득하고 있다.
-기상청의 대전시대를 개막했는데, 기관 이전 상황에 대한 설명과 기관의 비전은.
▲지난해 2월 28일 기상청 정책부서의 이전이 완료되면서 기상청의 대전시대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일반 행정부처와 달라 시스템을 대전으로 옮기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예보와 지원부서는 컴퓨터 하나만 옮기면 되는 것이 아니고, 세계의 기상 자료를 보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기존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예보나 지진 그리고 지원부서의 절반은 아직 서울에 남아 있다. 정책부서는 이전했지만, 정부대전청사 건물구조상 국가기상센터 설치가 어려워, 기상청 핵심업무를 수행하는 현업부서는 정부청사부지 내에 국가기상센터를 신축한 이후 후속으로 이전할 예정으로 2027년 이후 기상청의 대전 이전이 최종 완료될 것이다. 기상청은 대전 시대를 맞아 정부대전청사 부지 내에 국내 최초 '탄소중립 국가기상센터'를 신축할 예정으로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고, '탄소중립 청사 건축실증사례 홍보관'을 조성해 친환경 건축물을 확산하고자 한다. 탄소중립과 마이스 산업, 관광산업 활성에 활용하는 등 대전지역 탄소중립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또 대전시대 과학적 기반도 많이 마련돼 있고 청 단위 정부기관이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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