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사)토닥토닥 이사장 |
대전시민들은 수년간의 기적의 마라톤을 통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끌어냈고 무장애놀이터 건립기금도 모았다. 현재 공공어린이재활병원 1층에 국내병원 최초 무장애놀이터가 시민기금만으로 조성되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의 마라톤 기부로 어린이 재활난민 쉼터라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
어린이 재활 난민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재활치료를 받을 곳이 없어 재활치료를 위해 지역을 떠나 난민처럼 떠돌고 있는 장애어린이가족을 말한다. 엄마는 아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떠돌다가 지쳐간다. 오랜 입원 기간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는데 쉴 곳이 마땅치 않다. 빨래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해도 말릴 곳이 없다. 아빠는 주말에 아이와 엄마를 만나러 가지만 병실에서 잠시 있다가 모텔로 가야 한다. 병원(근처)엔 함께 있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어린이를 데리고 모텔을 가기도 어렵다. 기다렸던 가족의 만남이지만 현실은 잠깐의 면회밖에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앉아 식사 한번 하는 것도 어렵다.
5월 말 대한민국 최초로 대전에 건립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개원할 예정이다. 대전뿐 아니라 세종, 충남, 그리고 전국의 어린이 재활 난민이 이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병원의 개원이 반가우면서도 이들이 겪을 어려움이 그려진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목적은 장애어린이의 치료와 교육, 그리고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돌봄과 관련해 가족 쉼터의 필요성을 건립 전부터 말했지만 아쉽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시민이 나서게 된 것이다.
"환아를 둔 가족들이 병원 근처에서 머물며 길고 힘든 치료과정에 아이의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우스를 마련해 드려요." 한국RMHC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문구가 보인다. 최근 맥도날드는 양산 부산대병원 근처에 하우스를 건립 운영하는 것을 광고하기도 했다. 환아가족 쉼터는 이뿐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4대 중증질환으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지방 거주 환아와 가족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서울삼성병원 근처에 쉼터를 건립했다. 우체국도 장거리 치료 중인 소아암 환아와 가족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 제공과 경제적 부담 완화, 개별 특성을 고려한 건강한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서울에 건립하고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역시 소아암 환자가족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쉼터들이 운영되는 것을 볼 때 어린이환자가 있는 병원에 가족쉼터가 필요함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설 일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환아가족 쉼터를 정부나 지자체가 건립하고 운영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인가?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자체가 보유한 건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 지역에 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에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인데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시민들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처음 말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모른 척했었다. 이번에도 모른 척할 것인가?
"우리의 심장이 함께 뛰어, 기적은 현실로!" 제8회 기적의 마라톤 슬로건이었다. 2014년 대전의 장애어린이 6명이 가슴에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붙이고 마라톤대회에 나오면서 시민들이 이들과 함께 뛰게 됐고 2015년에는 시민들이 직접 '제1회 기적의 마라톤'을 개최했다. 그리고 시민들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라는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의 심장이 대전 환아가족쉼터 조성을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환아 가족쉼터를 끌어낼 것이다. 우리는 기적을 만드는 대전시민이다.
/김동석 (사)토닥토닥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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