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아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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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아는 게 약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23-04-27 17:30
  • 신문게재 2023-04-2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IT_윤석주 부소장님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지난주 대구의 모 수영장 샤워실을 사용하던 시민 수십 명이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계실 것이다. 후속 기사를 잘 살펴보니 수영장 직원이 락스와 유리세정제를 섞어서 청소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상적인 청소과정으로 여겨지며 기사를 살펴봤을 때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길 원한다. 청소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효능이 좋은 물질들을 함께 쓰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락스와 유리세정제를 함께 사용했을 때 살균 소독뿐 아니라 표면을 빛나게 하는 세정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독가스가 생기는 화학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두 개를 합했을 때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살균소독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방역이 일상화되면서 살균소독제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두에서 다룬 락스는 산화작용이 강력해 표백제로 활용되며 저렴하고 살균소독 효과가 뛰어나 가정이나 공공장소, 대형식당, 식품 가공업체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락스 사용 시 나는 특유의 냄새는 유독가스가 아닌 유기물과 반응해서 발생하는 클로라민에서 유래한다. 위에서 언급한 유독가스는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락스를 산성을 띠는 세제나 산소계 표백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때 점막을 자극하는 유해한 염소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락스의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살균소독 효과가 매우 높지만 산성 물질과 반응성이 높아 이 과정에서 염소가스를 발생할 수 있어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제시한 지침의 경고사항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락스를 분무기에 넣어 사용하는 경우 미세입자가 발생하게 되어 폐에 전달되는 경우 예상치 못한 위험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은 적당한 양과 적절한 사용법을 따르면 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과일이 다양한 효능으로 몸에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섭취하는 방법에 따라 예외인 경우가 있다. 자몽(grapefruit)은 1980년대 후반에 수입되면서 신맛, 단맛, 쓴맛을 가지고 있는 오묘한 과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해 반 개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자몽을 고혈압약(칼슘채널 관련), 불안증 치료제, 부정맥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사라지거나 과다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자몽이 아니더라도 'OOO스웨트'라고 잘 알려진 이온 음료에도 자몽즙이 들어 있으므로 약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자몽 이외에도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사례가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식약처에 발행한 '약물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일주스(행정간행물 등록번호11-1470550-000251-14)'에서 확인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유명해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에 관한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타이OO'로 유명한 이 해열진통제는 술과 함께 복용하게 되면 우리 몸에 독이 될 수 있다. 술에 의해 간대사 효소가 증가되고 아세트아미노펜이 대사되는데 생산된 대사물질이 해독을 감당할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간독성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숙취로 인한 두통을 해결하려고 이 진통제를 복용하게 되면 간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해당 정보는 약상자 뒷면의 일반의약품 정보를 읽어보았다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일상의 많은 생활화학제품과 약품은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활용돼야 한다. 따라서 제품 및 약품의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것은 물론,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독성 연구 정보가 다양하게 확보돼야 한다. 락스와 유리세정제의 위험한 조합처럼 화학물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모르면 병이 되고 아는 게 약인 셈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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