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1세기 도시 웨스턴 '존 윅4'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21세기 도시 웨스턴 '존 윅4'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3-04-27 08:3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존윅4
웨스턴은 서부영화를 말합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기 법과 제도가 미치지 않고, 도덕이 있을 리 없는 황야. 마적단, 인디언들과 싸우며 소떼와 가족을 지키던 카우보이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그린 장르입니다. 이름난 보안관이 멀리서 말을 타고 나타나 악당들을 소탕하고 유유히 석양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은 서부영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존 윅은 21세기 도시에서 삽니다. 그런데 영화 초반 그는 황량한 사막에 나타나 말을 타고 총을 쏩니다. 그리고 끝에 이르러 총잡이들의 결투로 마무리됩니다. 법도, 제도도 있건만 도시는 또 하나의 황야일 뿐입니다. 불법이 판을 치고, 양심이나 도덕 따위 찾을 길 없습니다. 존 윅은 아내도, 사랑하는 개도 잃었습니다. 이름난 킬러였던 그가 마지막으로 악의 세력들에 맞섭니다. 처절하고 치열한 승부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승리의 영광도 엄청난 성과도 없습니다. 멀리 해가 떠오르고 몽마르트 언덕의 성당을 뒤로 한 채 존 윅이 서 있습니다. 허무와 비애, 고통으로 가득 찬 그는 마치 순교자와도 같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벌어지는 추격과 대결은 영화의 촬영과 편집, 음악이 담아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한 것처럼 유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실상 따지고 보면 폭력과 살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조직화된 거대 악에 맞서기에 선의와 도덕으로만은 되지 않음을 미학화, 양식화된 존 윅의 액션을 통해 나타냅니다. 그는 악당들의 폭력보다 더 뛰어난 폭력, 더 탁월한 살상 능력을 지녔음에도 목숨을 걸고 지난한 과정을 통과합니다. 그런 그의 고통을 222계단의 명장면이 잘 보여줍니다.

영화를 통해 삶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는 투쟁임을 깨닫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그들은 저마다 탐욕의 유혹을 안고 싸움판에 뛰어든 불나방 같습니다. 존 윅 한 사람을 잡는 데 붙은 현상금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그의 소원은 소박하게도 사랑스러운 남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 옆에 묻힌 그의 묘지명이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빼어난 킬러였지만 황야와 같은 도시 속에서 그도 끝내는 석양 속으로 사라진 외로운 총잡이처럼 그렇게 갔습니다. 마지막 30분의 숨 막히는 액션과 그에 이어지는 고요한 결투, 그리고 깊은 페이소스까지 이 작품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력을 한껏 맛보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