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은 21세기 도시에서 삽니다. 그런데 영화 초반 그는 황량한 사막에 나타나 말을 타고 총을 쏩니다. 그리고 끝에 이르러 총잡이들의 결투로 마무리됩니다. 법도, 제도도 있건만 도시는 또 하나의 황야일 뿐입니다. 불법이 판을 치고, 양심이나 도덕 따위 찾을 길 없습니다. 존 윅은 아내도, 사랑하는 개도 잃었습니다. 이름난 킬러였던 그가 마지막으로 악의 세력들에 맞섭니다. 처절하고 치열한 승부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승리의 영광도 엄청난 성과도 없습니다. 멀리 해가 떠오르고 몽마르트 언덕의 성당을 뒤로 한 채 존 윅이 서 있습니다. 허무와 비애, 고통으로 가득 찬 그는 마치 순교자와도 같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벌어지는 추격과 대결은 영화의 촬영과 편집, 음악이 담아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한 것처럼 유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실상 따지고 보면 폭력과 살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조직화된 거대 악에 맞서기에 선의와 도덕으로만은 되지 않음을 미학화, 양식화된 존 윅의 액션을 통해 나타냅니다. 그는 악당들의 폭력보다 더 뛰어난 폭력, 더 탁월한 살상 능력을 지녔음에도 목숨을 걸고 지난한 과정을 통과합니다. 그런 그의 고통을 222계단의 명장면이 잘 보여줍니다.
영화를 통해 삶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는 투쟁임을 깨닫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그들은 저마다 탐욕의 유혹을 안고 싸움판에 뛰어든 불나방 같습니다. 존 윅 한 사람을 잡는 데 붙은 현상금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그의 소원은 소박하게도 사랑스러운 남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 옆에 묻힌 그의 묘지명이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빼어난 킬러였지만 황야와 같은 도시 속에서 그도 끝내는 석양 속으로 사라진 외로운 총잡이처럼 그렇게 갔습니다. 마지막 30분의 숨 막히는 액션과 그에 이어지는 고요한 결투, 그리고 깊은 페이소스까지 이 작품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력을 한껏 맛보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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