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진 부국장 |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맞붙은 총선에서 민심은 대체로 국정안정론을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대통령 임기가 절반 정도 남았는데, 민심이 야당을 선택해 강해지면 정치권과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권력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1988년부터 같은 방법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평가해온 한국갤럽의 국정지지율(직무수행 평가) 조사와 총선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1분기 국정지지율은 60%, 2분기에는 50% 정도였다. 하지만 3분기에 20%대로 뚝 떨어졌음에도 4분기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강행했다가 2004년 3월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주도로 탄핵당했다.
하지만 탄핵 역풍이 몰아치며 한 달여 후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민심은 열린우리당에 지역구 129석을 몰아주며 국정안정론을 선택했다. 한나라당은 100석을 지켰고 새천년민주당은 5석, 자민련은 4석에 불과했다. 대전에서도 모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50%대의 국정지지율 속에 두달 여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역구 131석을 차지한 반면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66석을 얻었다. 다만 대전에서는 6석 중 5석을 지역정당이던 자유선진당이 차지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초부터 시작된 권력 누수와 열린우리당의 내분 등에 따른 결과도 한몫했다.
2012년 4월 치른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한나라당 후신)이 지역구 127석을 차지하며 민주통합당(106석)을 앞질렀다. 총선 1년 전인 2011년 1분기 국정지지율 40%대를 유지하면서 권력 누수가 일어나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대전의 민심은 새누리당 3석, 민주통합당 3석으로 똑같이 나눠줬다.
보수 정권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집권 초부터 국정 지지율은 50%대였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에도 지지율은 50%를 유지했을 정도로 견고했다. 총선은 집권 4년 차인 2016년 4월에 있었다. 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 갈등으로 내분을 겪으며 총선 1년 전인 2015년 1∼2분기 국정지지율 2015년 30%대 중반에 머물렀다.
이때부터 시작된 갈등은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정면 충돌하면서 분열돼 결국 지역구 253석 중 새누리당은 105석만 지켜냈다. 더불어민주당 110석, 국민의당이 25석을 차지하면서 여소야대가 됐다. 임기 후반에, 집권여당의 내분까지 겹치면서 민심은 국정안정보다 정권심판을 택했다. 대전 민심은 새누리당 3석, 더불어민주당 4석 등으로 균형추를 맞췄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후 정권을 탈환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안정적이었다. 2019년 1∼2분기에도 50%에 육박하면서 이듬해 4월 치른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253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대전 7석 모두를 포함해 16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래통합당(새누리당 후신)은 84석에 그쳤다. 집권 4년 차인 임기 후반이지만,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민심은 정치적 갈등과 국론 분열보다는 안정적인 국가방역을 위해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었다고 할 수 있다.
제22대 총선을 1년 여 앞둔 올해 1분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0%대 중반을 유지하다가 2분기 시작인 4월 들어 20%대로 떨어졌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곳곳에서 분당(分黨)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의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더불어민주당 역시 악재를 거듭하고 있다.
여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 2024년 4월 10일 총선 민심은 어디로 흘러갈까.
/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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