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충청지역에 봄 가뭄이 심각해 영농철 논에 물 대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소식을 전한 기자는 오늘은 다가오지도 않은 여름철 폭우를 걱정한다. 작년 6월 29일 충남 서산에 시간당 105㎜ 폭우가 쏟아져 다리가 끊어지고 차량이 급류에 휩쓸렸다. 같은 해 8월 충남 부여에서 시간당 110.6㎜ 쏟아져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밀려든 토사에 가로막힌 현관 대신 창문으로 집 밖으로 대피한 일도 있었다. 늦은 밤까지 더위가 물러가지 않아 열대야가 작년 6월 21일 처음 관측됐는데 6월 열대야는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었다. 최고기온 30도를 웃돌아 대전 31.2도, 금산 31.1도를 기록한 때가 작년 7~8월이 아니고 10월이었다는 것에서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서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큰형과 형수님 내외는 여름철 새벽 식사를 마치고 오전 5시 되기 전에 논에 나가 모를 심고 피를 뽑고 약을 친다. 이슬에 젖어가며 일을 시작하는 이유는 낮에 뜨거운 날씨가 이를 견디며 농사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작고한 아버지께서는 점심을 집에서 잡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오후 2시께 자전거를 구르며 들에 나가 저녁까지 논에 머물렀는데 몇 해 사이 농촌에서 일하는 풍경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다.
지난 3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 총회에서 이상기후 또는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해 편리를 도모하면 어렵게 얻은 지금의 아이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쯤 대전에서 겨울은 단 열흘뿐인 스치는 계절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그동안 쌓인 기상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한 남한 상세기후변화 전망보고서가 말하는 내용이다. 2081~2100년 대전 폭염일은 15.4일~70.7일 최대 9배 증가한 날씨를 경험하게 되고, 온난일은 33.8일~94.3일 늘어날 것이다. 온난화로 수증기를 더 머금은 구름은 현재 대비 +4~16% 늘어난 비를 쏟아낼 것으로, 강수일수는 오히려 10일~14일 감소할 것이다. 여름이 6개월에 가까운 182일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6개월간 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겨울은 10일뿐인 기후변화를 그대로 맞이할 것인가 스위스 인터라켄 IPCC 총회는 논의했을 것이다. 기습적인 폭우와 폭염, 열대야 등 위험기상이 올 여름엔 어디를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형님과 노모가 있는 서천일까, 누님이 머무는 논산의 비닐하우스 아니면 천안 직장인의 퇴근길 아니면 우리 가족이 머무는 대전일까. 걱정이 끊이지 않는 봄이다.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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