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한가족이지만…대전에선 보낼 곳 없는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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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한가족이지만…대전에선 보낼 곳 없는 반려동물

대전 내 반려동물 장례 시설 여전히 0곳
시, 추진 나서지만 협의서 지지부진 지속
결국 원정 이별, 불법 내몰리는 시민들

  • 승인 2023-04-25 17:23
  • 신문게재 2023-04-26 6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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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전의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도 정작 필수 시설인 동물 장묘시설이 지역에 한 곳도 없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반려동물 사체 처리를 위해 인근 지자체 장묘시설로 원정을 떠나거나 불법 매립을 택하는 실정으로 관련 시설 조성을 위한 대전시와 정부 간 협의도 수년째 지지부진해 빠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5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정식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는 69곳이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인프라도 최근 급격히 확산하고 있지만, 대전에는 장묘업체가 아직 한 곳도 조성되지 않았다. 전국 광역단위 자치단체 중 장묘업체가 없는 곳은 서울과 대전이 유일하다.

현재 대전 반려인들이 합법적으로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세종·충남·충북 등 인근 지자체로 원정을 떠나 화장 및 장례를 치르거나 반려동물의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반려인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이기 때문에 결국 적잖은 시민들이 불법 방식인 반려 동물의 사체를 주변 야산에 매립하거나 인터넷과 SNS를 통해 사설 장묘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5년 이내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를 택한 비율이 41.3%(413명)나 차지했다. 장묘시설이 없는 대전에선 더 많은 비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윤모(38) 씨는 “15년 간 키우던 고양이와 얼마 전 이별 후 사체를 처리할 방법을 찾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불편했다”며 “가족처럼 키웠던 반려묘를 어떻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릴 수 있겠나. 생업이 있어 타 지역으로 가는 것도 부담돼 당시에는 너무도 난감했다”고 말했다.

물론 대전시에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역 내 반려동물 장묘시설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만 이어지고 있다. 장묘업 특성상 인근 민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공업·상업개발제한구역엔 건립이 불가한데, 해당 조건을 모두 통과할 부지가 대전에 거의 없는 점도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다.

대전시는 농림축산부에 기준 완화를 요청하고 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 기준 완화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모두 거절된 상태다. 내부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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