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역이 함께 잘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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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지역이 함께 잘사는 나라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3-04-25 11:19
  • 신문게재 2023-04-2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정치학자인 필자는 가끔 지인들로부터 질문을 받곤 한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인 우리나라는 왜 24위인 스웨덴보다 잘 살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느냐? 국민의 선택으로 새롭게 출범한 지 1년도 안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30% 내외로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은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아마 이 같은 질문은 잘 몰라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사나 돌아가는 시국이 답답한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각종 세계경제지수를 발표하는 '국제통화기금'(IMF, 2023. 4)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1조 7200억 US달러, 인구 5157만명, 1인당 국민소득(GDP per capita) 33,390 US달러고, 스웨덴은 각각 5990억 US달러, 1081만명, 5만 5400 US달러다. 한국과 스웨덴은 인구와 국민소득에서 나타난 격차를 보면, 처음부터 비교 자체가 무리라는 인상이 든다.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될 만한 나라를 든다면, 흔히 강대국가군(群)이라고 불리는 'G20'에 속하는 국가 중 이탈리아를 들 수 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 2조 1700억 US달러, 인구 5894만명, 1인당 국민소득 3만 6810 US달러다. 참고로 세 나라의 행복지수는 스웨덴 7.395점(세계 6위), 이탈리아 6.405점(33위), 한국 5.951점(57위)으로 나타난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시간과 한국시간 간의 격차는 10~20년의 차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를 직전 정부에서는 글로벌 선도국가로, 현 정부에서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부르는 것은 희망 사항을 넘어선 팝콘과 같은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자국가군이라고 불리는 OECD 38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각종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끝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다행스러운 것은 민주주의 지수가 작년 세계 16위에서 24위로 떨어졌지만, 8.03점으로 완전한 민주주의국가군의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제법 살지만, 행복하지 않는 나라'와 '의식이 높은 국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기대가 높으면 실망이 크다."라는 심리적 기제가 각종 여론조사에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윤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긍정률)가 취임 초 53%를 최고 정점으로 해서 최근 20주 동안 27~37%에 이르고 있으며, '잘못하고 있다'(부정률)가 54~65%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량과 정부의 의욕을 과잉으로 계산하고 국정 비전과 목표를 추진해 나갈 때, 그 성과는 제시된 목표치에서 미달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의식이 높은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정부에 실망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있는 국정과제의 화면을 보면, 국정비전의 슬로건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로 뜬다. 물론 PDF 다운로드 파일에는 원래의 슬로건인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로 되어 있다. 아마 국정비전의 목표치를 낮추기 위해 '함께 잘사는' 구절을 뺀 것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차제에 충청권 4개 시·도의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원래의 슬로건이 바뀐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요한 것은 슬로건이 아니라 성과와 그것에 대한 지역민과의 공유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민선 8기가 시작된지 1년이 되지 않아 단체장 직무평가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지역민의 조용한 평가는 진작부터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한 나라의 발전이 국가지도자나 중앙정부의 능력과 성과에만 매달리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과거 G7도 국제적 분쟁과 국내의 정쟁 속에서 제대로 '퍼포먼스'(performance)를 내지 못할 때, 지역과 지방정부가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성장의 견인차로서 역할을 했음이 익히 알려지고 있다. 희망은 새로운 데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있고 우리가 있는 곳에서 희망이 있는 것이다. 지역의 희망은 모든 주체들이 합심하고 협력할 때, 특히 정치행정 리더들이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때,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며 결실을 맺을 것이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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