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학 목원대 총장 |
외국인의 증가세는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 인적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기대감을 주지만, 한편으로 고민거리도 안겨주고 있다. 정부의 사회통합 정책 및 문화 다양성 제고 정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인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는 우리 대학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목원대는 이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우선 우리 대학은 '사랑의 샘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각계각층의 후원과 여러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점심식사에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 또한 배식 봉사를 하면서 마주하는 유학생들의 환한 미소를 볼 때면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언어적인 장벽이 있을지라도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비록 한 끼 식사지만 구성원들의 작지만 따뜻한 발걸음이 더 넓고 긍정적인 공동체 생활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더불어 학교 인근 식당을 돌며 여러 국가의 언어로 된 메뉴판을 제작하는 사업을 추진하거나 낯선 나라에서 연말을 외롭게 보내지 않도록 '송년의 날' 행사를 하기도 한다. 명절에는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해 존중의 마음을 표하며 학생들의 안정적인 유학 생활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세계음식 문화축제'를 실행하면서 각국의 문화에 대한 공유와 공감의 장을 마련하기도 하고, 한국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문화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다수의 국가를 방문했다. 출장을 갈 때마다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과 그들에게 어느 정도로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우리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 일이 있다. 한 학생이 면접을 잘 보지 못했는지 면접이 끝난 후 눈이 붓도록 울었다. 필자에게는 스쳐 지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학생에게는 인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후 필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지고 외국인 유학생을 대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대학의 생활·학업 지원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정부정책과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지자체, 지역대학 및 기업과 협력하여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를 선정해 거주와 취업을 조건으로 거주비자를 발급해주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구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는 지역에 외국인의 정착을 유도하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선순환구조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기 때문에 지원을 위한 체계가 완벽히 수립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훌륭한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외국인들이 꿈을 실현할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줄 준비가 돼 있는지 우리 사회를 뒤돌아볼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문화에 동화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실천적 노력을 모아야 한다. 외국인이 이 땅에 머무는 동안 인간애를 바탕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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