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찬이 작은 목소리 들리세요" 기적의마라톤 나선 작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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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찬이 작은 목소리 들리세요" 기적의마라톤 나선 작은천사

22일 대전서 장애아동 기적의 마라톤
엄희찬군 부모와 함께 마라톤 나들이
"가까운 곳에 중증아이들, 소외되지 않길"

  • 승인 2023-04-23 16:58
  • 수정 2023-04-24 08:49
  • 신문게재 2023-04-24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엄장식 부부
대전 중구 엄장식, 금효정 부부가 아들 엄희찬 군과 함께 22일 '기적의 마라톤'에 참여한 뒤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 중증장애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마다지 않고 참가했다.
"말 없고 스스로 걷지 않는대서 소중한 장애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되죠. 우리 아이가 여기 있다고 시민들께 말하고 싶어 어렵게 나와서 함께 달렸어요."

22일 한밭수목원 갑천변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달린 '기적의 마라톤'에 엄장식·금효정 부부가 9살 아들을 동행해 참가했다. 베드에 가까운 휠체어에 가래를 흡입하는 석션기를 부착하고 혹시 작동을 멈출 때 비상용으로 여분의 석션기를 가방에 메고 나왔다.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지닌 아들 엄희찬(9) 군은 평소 좀처럼 집 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기적의 마라톤' 대회가 열린 이날은 어려움을 딛고 부모와 함께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대한민국 그 중에서 대전시 중구의 한 주택에서 살고 있노라고 작은 목소리를 내고 몸으로 웅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들지 않도록 옷과 담요로 몸을 촘촘히 감싸고 아버지가 밀고 어머니가 뒤따른 휠체어를 타고 갑천길을 40분간 달렸다. 날씨가 좋지 않아 5㎞ 완주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 잠시 숨돌릴 틈만 갖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재촉했을 정도로 이날 외출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 금효정 씨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장애 아이들이 바깥 출입을 거의 못하며 지내다 보니, 시민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학령기에 맞는 공교육을 받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며 "정책의 대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이런 날 대회에 참가해 알리고 싶었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앞으로 계획대로 개원해 아픈 아이들에게 치료를 늦추는 일이 더는 있어서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적의마라톤
22일 대전 갑천변에서 개최된 제8회 기적의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잔디밭에 모여 물방울 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날 개최된 제8회 기적의 마라톤 대회는 중증장애아동과 부모가 오랫동안 기다린 대전세종충남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을 자축하는 의미를 담았다. 수익금은 전액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이용 환아들을 위해 쓰이고, 뜻에 공감해 많은 시민이 참여해 그중에는 비장애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동호회 맥키스러닝크루 유하나 씨는 "마라톤을 좋아하는 회원들이 뜻을 모아 기부하고 연대하는 의미에서 참가비를 내고 아이들과 함께 달렸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의 힘으로 공공재활병원을 마련하자며 2015년 마라톤 대회를 처음 개최하고, 저금통을 나눠주는 것에서 시작한 대전어린이재활병원시민추진모임은 정부와 넥슨 기업의 후원으로 8년 만에 기적을 이뤘다.

김동석 이사장
김동석 (사)토닥토닥 이사장
김동석 (사)토닥토닥 이사장은 "이날 대회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기적처럼 대전에 개원하게 되었음을 축하하고, 또 다른 기적을 향해 한번 더 뛰자는 의미를 담았다"라며 "재활병원 옆에 환아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 가족공동체를 지키며 치료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두 번째 기적을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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