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RUPI사업단장·공학박사 |
지금 현대인만큼 재미있는 것에 둘러싸여 있던 때는 없었다. 인터넷 덕분이다. 정확하게는 스마트폰 덕택이다. 밤새도록 읽고 보고 들어도 끝나지 않는 콘텐츠가 잔뜩 쌓여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조차도 밤 1시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본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주로 게임을 하기 때문이란다. 매일 그토록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면, 인생이 재미있게 느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 반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현대인들은 공허함, 외로움, 지루함, 무력감에 시달릴까. 단언컨대 '가짜 재미'에 탐닉하기 때문이다.
가짜 재미는 대개 수동적 소비에서 나온다. 멍하니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일 등이다. '진정한 재미' 혹은 '진짜 재미'가 아니어서다. 진짜 재미는 '장난기, 유대감, 몰입의 결합'이라고 어느 작가는 정의한다. 수동적 소비와 반대되는 적극적인 행위이고 경험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 미국 성인들은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만 갇혀 있을 땐 그 사용시간이 더 늘어났다. 1년으로 환산하면 거의 60일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4분의 1이나 된다. 태블릿과 TV, 비디오 게임기 등을 포함하면 이 시간은 더 늘어난다.
재미를 우선시한다는 게 꼭 한량처럼 논다는 뜻은 아니다. 재미는 일과 학업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중요한 아이디어는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하거나 동료와 잡담을 나눌 때, 특히 나의 경우에는 11개월 동안 끙끙대던 연구 해결책이 잠자면서 꿈에서 떠올라 과제를 성공한 경험도 있다. 우리는 쉰다는 명목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뇌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대로 쉬는 게 아니다. 뇌를 피곤하게 하고, 쓸데없는 정보로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다. 뉴스나 이메일 확인 같은 중요하지 않은 활동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떨어뜨린다. 특히 하루 중 가장 생산성이 높은 아침 시간에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마음가짐이다. 여행이나 취미 등 여러 활동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현재에 집중하고, 판단이나 자의식을 버려야 한다.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재미가 찾아들 공간을 마련하면 더욱 좋다. 물리적으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과 같이 나눌 정신적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진정한 재미에는 가벼운 기분과 충만함, 자유롭고 황홀감을 느낄 정도의 흥분도 경험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준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무언가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동시에, 자신을 온전히 느낄 때가 진짜 재미의 참모습이다. 진정한 재미를 느낀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그 기억이 지닌 감정적인 힘은 진짜 재미가 심오하다는 반증이다.
삶에서 재미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창의력과 연결되어 있다. 재미는 무거운 삶을 가볍게 해준다. 우울한 기분을 산뜻하고 화사하게 해준다. 별 이야기 아닌데도,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한번 까르르 웃고 나면 왜 웃었는지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몰라서 또 웃는다. 이렇게 막 한바탕 웃고 나면 뭔가 또 힘이 생긴다. 심각하고 힘든 일정으로 꽉 채워있다면 여유시간에 진정한 재미로 채워야겠다. 앞으론 자주 진짜 재미를 위한 날을 지정해야겠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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